관찰 대상이자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구름과 불안한 대상으로서의 구름을 영리하게 중첩시키며 최종적으로는 화가로서의 욕망과 인간의 불안을 모두 표현해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폭풍이라는 상황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선 모든 가능한 인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 등을 대신함을 알 수 있다. 반면 구름과 함께 주로 다뤄진 돌산 위에서는 인간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은유하는 불안한 존재로서의 새, 지팡이, 흔적만 남은 늑대 등이 사라지고 나타남을 반복하며 휘몰아치는 상황 속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구름, 돌산과 함께 본 전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리라는 인물들의 초상, 특히 그 애처로운 눈빛은 폭풍을 마주하는 인간의 실존적 슬픔과 두려움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욕망과 불안에 대한 본 전시를 설명하는 친절한 안내자이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