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 서울, 안지산 개인전

<폭풍이 온다> 개최

AHN Jisan_비구름이 멈춘 그곳에서 The Place Where the Rain Clouds is not Moving, 2021, Oil on canvas, 250 x 260 cm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은 안지산 작가의 신작 회화 15점, 콜라주 23점을 소개하는 개인전을 개최한다. 안지산 작가가 그려내는 대부분 작가가 부여하는 특정 상황에 처해있다. 그리고 그 상황에 의해 잠식된 불안들은 여러 대상들의 뒤에 숨어있다가 슬금슬금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이 불안과 온전하게 마주할 때가 바로 안지산 작가의 회화를 제대로 즐기는 순간일 것이다.


AHN Jisan_해뜨기 전 한 시간 1 Hour Before Sunrise, 2021, Oil on canvas, 116.8 x 91 cm

  조금씩 다가오는 폭풍에 대한 예감, 혹은 이미 폭풍 속으로 들어가 버린 상황이 작가에 의해 전제되었고, 그에 대한 인간의 잠재적 불안을 암시하는 기제는 구름과 돌산, 그리고 마리라는 인물이 맡았다. 그의 작업 전반에서 드러나는 표현 대상보다 그것이 처한 특정 상황에 더욱 집중하고 그 감정들을 화폭으로 옮기는 방식은 유지되었지만, 기존 작품의 밀폐성이 부각된 실내 공간인 경우가 많았다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신작들은 감정을 실은 외부 풍경과 인물 묘사에 크게 기대고 있다.


AHN Jisan_폭풍 Storm 15, 2021, Acrylic, collage, and oil pastel on paper, Approx. 30 x 40 cm

풍경 중 작가는 특별히 구름에 집중하는데, 이는 그가 17세기 네덜란드 화풍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 기안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구름 그리기에 집착했던 당대 화가들의 작가적 욕망을 쫓는 안지산이라는 화가의 맹목적 집착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그런 까닭에 구름은 화가의 욕망이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쫒아야 하는 불안을 동시에 담고 있는 대상이 된다. 구름의 변화무쌍한 형태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움직임들에 대한 여러 표현적 변주들은 이번 전시에 부여된 '폭풍'이라는 상황 속에 삼켜진 인간의 태생적 불안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AHN Jisan_숲 속의 마리 Mary in the Forest, 2021, Oil on canvas, 50 x 60 cm

관찰 대상이자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구름과 불안한 대상으로서의 구름을 영리하게 중첩시키며 최종적으로는 화가로서의 욕망과 인간의 불안을 모두 표현해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폭풍이라는 상황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선 모든 가능한 인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 등을 대신함을 알 수 있다. 반면 구름과 함께 주로 다뤄진 돌산 위에서는 인간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은유하는 불안한 존재로서의 새, 지팡이, 흔적만 남은 늑대 등이 사라지고 나타남을 반복하며 휘몰아치는 상황 속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구름, 돌산과 함께 본 전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리라는 인물들의 초상, 특히 그 애처로운 눈빛은 폭풍을 마주하는 인간의 실존적 슬픔과 두려움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욕망과 불안에 대한 본 전시를 설명하는 친절한 안내자이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시 제목 : Storm is Coming 폭풍이 온다
전시 일시 : 2021년 11월 23일 ~ 2022년 1월 15일

전시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6시 (일, 월요일 휴무)

전시 장소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종로구 북촌로 5길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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