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로 그림을 그리는 손소리꾼,

'수화 아티스트' 지후트리


"농인들도 계속 나오고 싶어하지만, 기회가 없어서 나오질 못하는

 부분이 커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회 확장을 해주고 싶어요."

Q.  자기소개와 '수화 아티스트' 지후트리의 시작


A.  안녕하세요. 저는 농인들이 제1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수화를 기반으로 그림, 퍼포먼스 활동하고 있는 '수화 아티스트' 지후트리라고 합니다.


  저는 가족이 장애를 안고 있어서 가족으로부터 수화라는 언어 예술을 접하게 되었어요. 나의 성취감보다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 나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고 가족들에게 받은 사랑을 많은 이들에게 되돌려줘야겠다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서울을 상경하게 된 계기가 그림 때문에 올라왔다고 들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수어로 전개하게 된 시작점


A.  제가 대학생이 되어서 장학금을 받은 것이 기분 좋으셨던 어머니께서는 21살 때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내라"라는 어머니의 말에 내가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러 올라가야겠다 해서 상경했는데, 현실이 녹록지 않았어요. 서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주객전도가 된 거에요. 꿈이 밑으로 내려가고 돈 버는 게 우선이 돼버린 거죠. 그렇게 세월이 2년 정도 지났는데 어머니가 전화 와서 "너 서울 뭐 하러 올라갔어?" 이 한마디에 제가 펑펑 운 거에요.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마인드맵을 펼치고 많은 생각을 했을 때 콤플렉스였던 크고 통통한 손과 한쪽 청력이 안 들리시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들로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화언어. 화재사고로 팔 한쪽을 소실하신 삼촌. 공통 교집합이었던 손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시작점으로부터 버려지는 영수증 뒷면에다가 단어를 엄청 독학도 해보고, 수화 그림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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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림을 계기로 서울에 상경을 결심했다. 지금은 수어를 기반으로 페인팅도 하지만 퍼포먼스와 타투 등 복합적인 수어 예술을 하는 '수화 아티스트'로 명칭을 정리하였다. '수화 아티스트'라는 직업은 대중들에게 생소한 직업일 텐데, '수화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한다.


A.  '수화 아티스트'는 '수화'라는 기점으로 하는 아티스트이자 합성어에요. 2016년도 수화언어법이 재정되기 전부터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수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던 당시였어요. '수화 아티스트'라는 명칭으로부터 얻어지는 책임감을 상기 시키기 위해 꾸준히 '수화 아티스트'라고 명칭하게 되었어요. 手(손 수), 畫(그림 화)를 사용해 수화 언어를 그림을 전달하는 손 소리꾼이라는 해석과 手(손 수), 譮(말할 화)의 손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손 소리꾼 해서 두 가지 중의적인 의미가 합쳐진 합성어이고 '수화 아티스트'로서 그림과 퍼포먼스 영역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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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퍼포먼스, 타투, 수어 예술 등 수어를 기반으로 예술을 해오고 워크샵 등 다양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한 가지 일이 아니다 보니 다양한 고충이 있을 것 같다.


A.  고충이라기보다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집안이 오똑이 같고 에너지가 넘치는 집안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활동성이 되게 좋았어요. 퍼포먼스나 타투, 워크샵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궁금한 것들을 거리낌 없이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넓혀나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약간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하다 보니 계속해서 파생되는 무언가를 행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제작하고 행동하는 것들로 일확천금을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고 경험할 수 있는 게 장점이고, 단점은 주변 쓴소리 듣는 것 빼고는 없는 것 같아요.(웃음)


  어차피 어는 분야던 마이웨이(my way)에요. 제 분야에서 조언들을 사람도 없고 제가 강인하지 않으면 계속 작아지다 보니 작아지지 않으려고 상대방의 의견은 수용하지만 일단은 지금 할 수 있을 때 뭐든 시도를 해보자는 편이에요.

Q.  '수화 아티스트'로서의 지향점


A.  '수화 아티스트'를 하면서 많이 했던 생각이. 농인들 혹은 장애인들이 이제 사회적으로 많이 기회를 얻게 해주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더라고요. 제가 수화통역을 할 줄 안다면 이들에게 기회가 가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상생해야지 저만 계속 잘되면 재미도 없고, 생태계 파이가 계속 안 커지는 거죠. 농인들도 더 다양한 사회집단으로 계속 나오고 싶어 하지만 기회가 없어서 나오질 못하는 부분이 커요. 그래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회 확장을 해주고 싶어요. 그게 제가 수어 예술을 하는 근본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점이기도 하고 저와 같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이들에게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제 가까운 목표는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이제 딸 예정이고, 인생의 목표는 소외계층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원금 줄 수 있는 장학 재단을 만드는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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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청인인데 농인 언어로 무슨 예술을 하겠다고" 등 많은 비난들이 동반되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어로 표현하는 지후트리만의 예술에 신경 쓰는 포인트가 있는가


A.  살아생전에 비난을 받아 본 적이 없는데, 사람들한테 알려지면서 받는 고충 같은 거구나 하면서 처음에는 겁이 났었어요. 내 생각들이 흔들리면 사람들에게 하고자 하는 메시지 전달이 의구심이 들 거 같아 멘탈을 더욱 잡고 비난을 피드백 삼아서 저는 그냥 계속 발전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 사회에 들어가서 농인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논문부터 관련된 장애인 서적들을 읽고, 장애인 관련된 신문 읽고 등 제가 그냥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니깐 공부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버텼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작업할 때는 더욱 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영역을 확장해서 혼자 하는 일 말고 같이 협업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청각장애인 운전기사님이 운행하는 고요한 택시 외관 디자인을 수어 그림으로 디자인을 했던 것이 협업 중에 제일 뿌듯했던 일이었습니다.


Q.  기억의 남는 퍼포먼스 와 에피소드들이 있는가


A.  래퍼 비와이 님, 삼성전자,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김예지 님)과 한 것들 이외 여태 해온 작업과 퍼포먼스들 모두 기억에 남아요. 그중에서 앞서 공존과 상생이란 키워드가 맞물려 있는 세 가지가 가장 손꼽아요. 전국 장애인 체전에서 개막식 퍼포먼스를 비와이 님 '주인공'이라는 곡으로 "당신들은 인생의 주인공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 했어요. 공연이 끝나고 장애인분들께서 저에게 너무 잘 봤다고 감동받았다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때의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이러한 주제로 많이 공연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외 비주류임에 불구하고 4명을 섭외한 춤 이야기들에 수화라는 예술을 이해해 주시고 연락 주심에 있어 삼성이라는 대기업에서 수화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자체에도 너무 좋았고, 점자로 글을 읽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계속해서 악보를 옮기는 불편함을 해소시키기 위해 촉각 악보를 개발하는 기념으로 제가 같이 퍼포먼스를 준비했었어요. 당사자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공연이나 퍼포먼스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들인 것 같아요. 

Q.  수어 그림으로 전시도 진행을 했었다. 꾸준히 그림으로도 소통을 해오고 있는데, 작업하는 방식 또한 궁금하다. 어떠한 상황들에서 또는 그림으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A.  저는 대부분 제 주변에 있는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사회적인 키워드에 관심이 많아 그것에 초점을 조금은 더 두는 편이기도 하고요. 가족으로부터 시작했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나와 다른 사람들 특히 약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공존'이에요. 어쨌든 간에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온전하게 전달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려고 하고 내 옆에 있는 일들을 들여다보면서 스토리텔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측면에서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해서 시작해 진행하는 방식 안에 '공존'과 '상생'이 존재하죠. 사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들을 항상 고민해오며 작업하다 보니 이러한 키워드들이 메인 테마로 자리 잡았고 그렇기에 무궁무진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Q.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나 프로젝트가 있는가


A.  23년도는 제가 '수어 예술'을 한 지 10년 차가 되는 해에요. 조금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대단한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서로 협업하는 작품을 만들어서 텀블벅같은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 중에 있어요. 또, 소책자 형식으로 수어 그림책 출판 예정에 있어요. 제가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회적으로 전달하고픈 메세지 에세이 형태로 내는 게 목표예요. 이외 유튜브를 통해서도 대중들에게 많은 문화들을 전달하고 소개해드릴 테니 기대해 주세요.

Q.  2016년도 수화언어법이 재정되어 국어와 동등한 수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인식이나 제도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수화 아티스트를 하며 그리고 장애인들과의 소통을 해 오며 고민해 본 제도들이 있다면


A.  장애인들한테 필요한 시설들이 저희한테 정말 도움 되는 시설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서 지하철에 있는 엘리베이터 같은 경우에도 장애인들의 투쟁으로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렇지만 저희도 되게 많이 이용하잖아요. 노약자분들도 많이 사용하지만 저희들 또한 짐이 많거나 계단 내려가기 힘든 경우에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런 유니버설 한 디자인을 고려해서 건축물을 지어주셨으면 해요.


  우리는 사실 모두가 잠재적 장애인에요. 우리나라에 등록장애인들 95% 이상이 후천적 장애인이거든요. 화재 같은 사고들로 인해 선천적으로 얻는 장애보다 후천적으로 얻는 장애가 엄청 많은데 그걸 고려하지 않는 제도들 또한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러한 측면들의 이야기 또한 많이 나눠보고 싶기도 해요. 비장애인 중심적인 제도가 진짜 장애인들을 위한 제도인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Q.  최근 BTS(방탄소년단)의 안무에서 전체적으로 수어 안무를 가미했다. 그 이전에도 BTS 멤버들이 공식 석상에서도 수어를 활용하는 장면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데, 이 또한 수어 예술 또는 수어 퍼포먼스라고 생각이 듭니다. 수어로 선한 영향력을 표현하고자 하는 지후트리에게도 뜻깊은 상황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A.  갑자기 수어 안무가 나와서 진짜 많이 놀랐어요. 조바심 난다는 거나 그런 느낌이 아니라 저는 제가 수어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좋았고 '춤추다', '즐겁다', '평화' 등의 단어로 수어를 수정에 수정을 거쳐 완성된 안무 또한 제가 중요시 생각하는 키워드 '공존', '평화', '상생', '사랑'과 맞물리는 것 같아서 너무 기뻤어요. 어쨌든 간에 그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계실 텐데, 이걸 마케팅으로 활용한다는 것 또한 너무 좋은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 봤을 때도, 지금도 너무 좋아요. 딱 보면서 농인과 청각장애인분들이 좋아하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기회가 닿는다면 제가 하는 수화 작업과 퍼포먼스로 같이 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웃음)

 Youtube, 야생화 - 박효신 / *출처 댄스트럭트(Danstruct)

Q.  수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요즘은 영상매체(유튜브)를 통해서 검색을 통해 접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아가서 감각적으로 뭔가를 하나 차단해 보는 걸 추천해드려요. 유튜브는 보기도 하지만 듣기도 하는 매체잖아요. 거기서 한번 아예 소리를 끄고 봐보세요. 아마 되게 답답할 거에요. 특히 자막 없고, 자동 생성도 안되면 청력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실 거예요. 여러 감각 중 하나를 의도적으로 차단을 시켜보면 내가 누리고 있는 기능들이 되게 소중하다고 느끼실 거예요. 특히나 수화언어도 사실상 알아두면은 음성언어를 뱉지 못하는 상황에 저 멀리서도 대화가 가능하거든요. 소리가 차단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누군가에게 말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상황에 상상력을 더해보면은 "어? 수화언어가 언어구나"라고 조금은 느끼실 거라고 생각해요.


Q.  지후트리님처럼 수화 아티스트를 꿈꾸고 다양한 방식으로 수어 또는 장애인을 위한 행위들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미래에 나를 바라보고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남들과 나를 비교함으로 인해 남에 인생을 따라가는 삶은 지양했으면 좋겠거든요. 저도 처음 시작했을 때 제 삶의 자리에서 시작된 거잖아요. 결론적으로 그러면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슬럼프는 힘들 때마다 따라오겠지만 내 삶 자리에서 시작되는 건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너무 많고 내가 지치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그런 무언가가 있거든요. 미래에 나 자신을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일단 시작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것도 되게 중요해요. 스스로 못할 것 같다면 자기 객관화를 시켜줄 사람을 많이 만나보는 것도 되게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길 추천드려요. 아예 모르는 낯선 타인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는 방법인 것 같아요. 정말 객관적으로 팩폭을 때려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돈 많이 버는 직업들에 대해 관심도 많고 당연히 찾아볼 수 있지만 이런 직업도 있구나 또는 이만큼 버는구나부터 생각하게 되고, 그런데 그건 그 사람들이 어떤 고충을 겪고 와서 그 자리에 있는지까지 보지않고 하이라이트만 보는 거잖아요. 사실상 하이라트만 보면 안 되거든요. 사람들이 직업군을 갖고 싶거나 하고 싶을 때는 자기가 진짜 잘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고, 재보지 않고 일단 다 도전해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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