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프링 프로젝트 ,

홍 푸르메 <더 콜링> 개최

  홍푸르메의 회화는 종이 위에 수묵으로 그려진다. 자연의 묘사는 과감하게 생략되고 그 핵심들만이 표현된다. 절제된 화면 속에서 먹의 선과 공백이 자연을 대체한다. 형상과 여백이 만든 화면의 균형은, '여백의 미'라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미적 효과를 통해, 그려진 내용을 넘어선 함축적 상상력을 불러온다. 작가는 획 안에서 만들어지는 수묵과 흰색 바탕의 이 미묘한 조화, 즉 회화의 형식적인 부분들을 강조하고 탐구한다.


  자연의 묘사보다는 회화의 순수한 조형요소들, 점과 선, 색과 형태 등을 강조하면서 그 내면의 본질을 담으려 시도한다. 다만 흥미롭게도 이와 동시에 우리의 시선을 자신의 회화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이끈다. 관객은 먹과 종이, 형태와 여백, 빛과 어둠의 경계를 지나 회화의 표면 저 너머를 상상한다. 그렇다면 관객은 그곳에서 회화의 내적인 요소, 즉 예술가의 영혼 속 감정이나 대상의 본질들을 더이상 오래된 허상 따위가 아니라 진실로서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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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LLING> 전 설치 전경, 뉴스프링프로젝트 New Spring Project, 서울, 2021

  홍푸르메의 수묵 형상들 사이에 놓은 통로, 비어있는 틈이자 빛으로 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적어도 우리는 그 가능성을 엿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길은 높은 산세 안으로 향하고 바다의 섬을 지나며 들판을 건너 자연의 그림자들과 어둠의 형상 사이를 지난다. 붓의 획이 만든 형상들은 작가의 움직임의 흔적을 드러내지만 오히려 정적인 느낌을 준다. 먹은 어둡지만 위협적이기보다는 고요하고 그래서 잔잔하다.


  빛이 된 여백은 이제 더이상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회화의 조형요소로 보이지 않는다. 빛의 길이기에 명상적이고 내면적이며 구도적이고 또한 종교적인 상징에 더 가깝다. 그래서 회화 속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찾는 것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 된다. 하얀 종이이거나 내면의 감정이거나 혹은 삶의 진리일 수 있다. 회화가 보여주는 것은 목적지가 아니다. 길이요 빛, 그 자체다.

전시 제목 : 뉴 스프링 프로젝트 <더 콜링 The Calling>

전시 작가 : 홍 푸르메 Hong Purume(Korea,b. 1967-)
전시 일시 : 2021년 12월 1일 ~ 2022년 1월 5일

전시 장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45길 22,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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