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푸르메의 회화는 종이 위에 수묵으로 그려진다. 자연의 묘사는 과감하게 생략되고 그 핵심들만이 표현된다. 절제된 화면 속에서 먹의 선과 공백이 자연을 대체한다. 형상과 여백이 만든 화면의 균형은, '여백의 미'라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미적 효과를 통해, 그려진 내용을 넘어선 함축적 상상력을 불러온다. 작가는 획 안에서 만들어지는 수묵과 흰색 바탕의 이 미묘한 조화, 즉 회화의 형식적인 부분들을 강조하고 탐구한다.
자연의 묘사보다는 회화의 순수한 조형요소들, 점과 선, 색과 형태 등을 강조하면서 그 내면의 본질을 담으려 시도한다. 다만 흥미롭게도 이와 동시에 우리의 시선을 자신의 회화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이끈다. 관객은 먹과 종이, 형태와 여백, 빛과 어둠의 경계를 지나 회화의 표면 저 너머를 상상한다. 그렇다면 관객은 그곳에서 회화의 내적인 요소, 즉 예술가의 영혼 속 감정이나 대상의 본질들을 더이상 오래된 허상 따위가 아니라 진실로서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