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꼭 알았으면 해!


'전진희, 강아솔'


*전진희, 강아솔 - Pax magazine(폭스매거진)

#4. 네가 꼭 알았으면 해 '전진희, 강아솔'

'보약 같은 친구'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 들었던 노래가 있습니다. 트로트 가수 진시몬 선생님의 '보약 같은 친구'라는 노래인데 한동안 정말 푹 빠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이 노래를 알게 된 것은 장난스러운 우연이었습니다. 한 친구가 '보약 같은 친구'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고 제게 농답처럼 말한 적이 있었는데, 세상에 그런 제목을 한 노래가 어디 있냐며 반신반의로 찾아봤더니 정말로 있더군요. 내친김에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도입부부터 이른바 뽕짝의 냄새가 풍기는 이 노래,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특유의 창법부터 멜로디, 트로트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감초 같은 코러스 그리고 간드러지는 후렴 부분까지 말 그대로 웰-메이드 트로트 한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사가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아아아 사는 날까지 같이가세 보약 같은 친구야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자네와 난 보약 같은 친구야


*POCLANOS, 전진희 -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Our love was summer)

  제게도 그런 친구가 한명 있습니다. 그 노래 속 가삿말처럼 보약 같은 내 친구. 우리는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경험도, 하고 있는 일도 다르기에, 어쩌면 평생 만나지도 혹은 알지도 못할 수도 있는 그 사사로운 인연들 중에 하나였을 수도 있을 겁니다. 같은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고,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나게 되어 친구가 되었으니 제게는 정말 다행스러운 행운입니다. 글쎄요, 시작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검정치마였던 것 같습니다. 둘 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렬한 팬이었고,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 대해서 꽤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와타나베, 나오코 그리고 미도리에 대해서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그 이해의 온도가 제법 비슷해서 좋았습니다. 검정치마 이야기는 두말할 것도 없겠죠? 지금 생각을 해봐도 즐거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똑같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이것만큼 제게는 큰 즐거운은 없을 겁니다.


  다른 무엇보다 그 친구와 저는 공통의 분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상실과 결핍'. 우리의 서사는 각자 다른 경험과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며 자라왔고, 그것에 슬퍼했으며 좌절도 해봤습니다. 음, 이제는 그런 감정들을 둘 다 부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친구는 상실과 결핍으로 그림을 그리고 저는 글을 쓰려고 하니, 삶의 이유이자 계기 혹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애석하게도 전혀 슬프지가 않습니다. 일단,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순간 공허할지라도 슬프거나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같이 걸어가는 친구가 있어서겠죠? 나와 비슷한 서사를 가진, 그리고 내가 느끼는 상실과 결핍을 잘 들어주고 또 본인의 것을 말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로움은 조금 덜 해졌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생각을 해보니, 참 제게는 고마운 친구네요.

*전진희 - 인터뷰브런치(Brunch) 

'네가 꼭 알았으면 해! ; 진희와 아솔'


  이번 '네가 꼭 알았으면 해! ; I Really Want You To Understand!'에서는 두명의 아티스트를 같이 소개를 해드리려 합니다. 바로 전진희와 강아솔입니다. 두 명 모두 제가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고, 또 이둘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 사이입니다. 우연히 팍스 매거진에서 진행한 둘의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둘은 언제부터 친구가 되었는지, 또 서로에게 서로가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들이 이어지는데 서로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진희는 아솔에게, 또 아솔은 진희에게 각자 최대한의 사랑을 주고 있음을 느껴 제가 다 기분이 좋아지곤 했습니다. 이 둘은 나와 그 친구에게도 의미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조금 유치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제 친구에게 '전진희가 좋아? 강아솔이 좋아?'라고 물었던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친구는 강아솔이, 저는 전진희가 좋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이 둘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생긴 일종의 궁금증 때문입니다. '이 둘은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또 어떻게 상실했기에 이런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둘이 어떤 서사를 가졌는지 알지 못해서 감히 넘겨짚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들이 가진 상실과 결핍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가진 상실과 결핍을 마주하는 것은 아주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때로는 차오르는 감정을 이겨내지 못해 울음을 터트릴 때도 있고, 내가 가진 것과 그 사람의 것을 저울질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폐허따위 남기지 않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그 상실과 결핍을 최대한 어루만지려 해봅니다. 나라는 사람이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래도 감히 손을 내밀어 보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강아솔, namuwiki

Track list


1.  Breathing in December - 전진희


2. 벽 - 전진희, 지언


3. 사랑을 하고 있어 - 강아솔


4.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 전진희


5. 아름다웠지, 우리 - 강아솔


6. 우리의 슬픔이 마주칠 때 - 전진희, 강아솔


7. 여름의 마음 - 작은평화(전진희, 강아솔, 박현서, 신온유)


8. 나의 호수 - 전진희


9. 섬 - 강아솔


10. 안부 - 전진희


11. 그대에게 - 강아솔


12. 메리 크리스마스 - 작은평화(전진희, 강아솔, 박현서)


13. Breathing in January - 전진희

  이 둘의 음악는 내게는 그런 위로입니다. 그들이 노래하는 상실과 결핍을 느끼고, 오늘도 내가 가진 것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하루를 보냅니다. 결국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을 겁니다. 그래도 이 둘의 음악을 들을 때만큼은 아주 충분히 위로받고 있는 기분입니다. 저는 이 둘이 친구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진희의 피아노에 강아솔의 목소리는 안 그래도 반칙인데, 보약 같은 친구 사이라고 하니 괜히 질투까지 나네요. 그래도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서로를 아끼고 소중히 하는 둘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지는, 그래서 그들의 10년 후가 벌써 궁금해지는 기분입니다.


*EBS 스페이스 공감, 전진희 - 그대에게(with 강아솔)

  마지막으로 제 친구와 농담처럼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도 5년 뒤에는 전진희와 강아솔처럼 같이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다. 글쎄요,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적어도 우리 둘의 5년 뒤의 목표는 '진희와 아솔'이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인지 혹은 어떤 친구인지 한 마디로 말하기에는 아직은 어렵습니다. 적어도 내게는 살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 또 닮고 싶은 사람, 무조건으로 응원하고 싶은 사람, 주는 것이 아깝지 않은 사람 정도로 지금은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아, 부끄럽습니다. 남자 사이에 이런 이야기는 역시 남사스럽기 짝이 없네요. 이번에는 황급히 마무리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열심히 글을 쓰고, 그 친구는 열심히 그리겠습니다. 그리고 5년 뒤에, 꼭 '보약 같은 친구'라는 제목으로 여러분들께 같이 인사드릴 수 있도록 지독하게 지겹게 해보겠습니다.


Editor  김남균



e-mail   sirius0188@naver.com

instagram  @gyunbygyun


RELATED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