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도 그런 친구가 한명 있습니다. 그 노래 속 가삿말처럼 보약 같은 내 친구. 우리는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경험도, 하고 있는 일도 다르기에, 어쩌면 평생 만나지도 혹은 알지도 못할 수도 있는 그 사사로운 인연들 중에 하나였을 수도 있을 겁니다. 같은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고,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나게 되어 친구가 되었으니 제게는 정말 다행스러운 행운입니다. 글쎄요, 시작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검정치마였던 것 같습니다. 둘 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렬한 팬이었고,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 대해서 꽤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와타나베, 나오코 그리고 미도리에 대해서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그 이해의 온도가 제법 비슷해서 좋았습니다. 검정치마 이야기는 두말할 것도 없겠죠? 지금 생각을 해봐도 즐거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똑같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이것만큼 제게는 큰 즐거운은 없을 겁니다.
다른 무엇보다 그 친구와 저는 공통의 분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상실과 결핍'. 우리의 서사는 각자 다른 경험과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며 자라왔고, 그것에 슬퍼했으며 좌절도 해봤습니다. 음, 이제는 그런 감정들을 둘 다 부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친구는 상실과 결핍으로 그림을 그리고 저는 글을 쓰려고 하니, 삶의 이유이자 계기 혹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애석하게도 전혀 슬프지가 않습니다. 일단,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순간 공허할지라도 슬프거나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같이 걸어가는 친구가 있어서겠죠? 나와 비슷한 서사를 가진, 그리고 내가 느끼는 상실과 결핍을 잘 들어주고 또 본인의 것을 말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로움은 조금 덜 해졌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생각을 해보니, 참 제게는 고마운 친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