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났다는 걸 실감하는데, 단순히 전통 문양을 현대의 물건에 덮어씌우는 등 어딘가 겉표면만을 적당히 흉내낸 것 뿐이라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근대 문화 역사의 맥락이 도중에 끊어졌음에 그 원인이 있다. 정상적인 근대화의 길을 지나왔을 때 우리에게 어떤 문화가 남아있을지 알지 못한다면,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과제는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정상적 근대화가 이루어졌을 것을 가정하여 세계 보편적 요소들이 근대 한국의 역사에 편입되었을 때 역사의 맥락은 어떻게 이어졌을지 가정해보는 것이다. 역사의 빈 페이지를 올바르게 되짚어 본 뒤에,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자주적인 근대화의 역사를 되짚어보지 않는다면, 한국의 고유한 디자인 정체성은 우리 자신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추상이 될 것이다. 과거 없이 우리는 더 나아갈 수 없다. 현대의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잃어버린 맥락을,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되찾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