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1ST - Light Upon the Lake
#1 나는 숲으로 간다 : 앨범 「Light Upon the Lake - Whitney」

 이 계절과 계절 사이 제법 쌀쌀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이름 모를 숲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내 키보다 높은 나무가 우거져 있고, 초록은 그렇게 단풍이 되어 계절을 갈아입으며, 바닥엔 떨어진 낙엽이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부서져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 숲입니다. 숲에 가본 적은 없습니다. 나무가 많은 공원을 걸어본 적은 있지만, 말 그대로 숲은 아니었기에. 산(山)과는 조금 다른 느낌일까요? 


 사실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가본 적도, 눈으로 본 적도 없기에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장소입니다. 한 번도 그곳에 발을 들인 적 없지만, 그래도 어쩐지 길을 잃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저 부서지는 햇빛과 바람소리를 따라 그렇게 숲속 이곳저곳을 다니며, 이 숲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숲에 가본 적 있나요? 나는 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Whitney의 데뷔 앨범인 「Light Upon the Lake」는 머릿 속에 존재하는 내 숲을 어쩐지 더 명확하게 그려주는 것 같습니다. 그 숲속을 걸을 때도, 잠시 앉아 괜스레 하늘을 올려다 볼 때도 이 앨범은 분명 내가 서있는 이 숲을 극적이게 만들어 줄 겁니다. 지나가는 이 계절이 아쉬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과 겨울 그 사이인 지금을 이대로 보내기 싫어 내 머릿속은 온통 숲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합니다. 이 계절을 만개한 채로 품고 있을 그 숲을 겨울이 오기 전에 꼭 한 번 걸어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지금 이 계절 가장 한 가운데에 서있을 겁니다.

Whitney는 2015년 결성된 미국 시카고 출신 밴드입니다. 인디 포크와 인디 락 음악을 하며, 

2016년 앨범 ‘Light Upon the Lake’로 데뷔하였고, 

2019년 ‘Forever Turned Around’, 2020년 ‘Candid’를 발매하였다.


Editor  김남균



e-mail   sirius0188@naver.com

instagram  @gyunbyg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