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꼭 알았으면 해!


'Rex Orange County'

#5. 네가 꼭 알았으면 해 'Rex Orange County'

'덕질은 항상 옳으니깐!'


  생각을 해보니 내 글쓰기의 가장 처음은 '덕질'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어떤 대상을 할 수 있는 만큼 꼭 좋아해 보는 것.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그 인물 혹은 사물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렇게 찾은 사실들을 사람들에게 뽐내듯이  이야기하는 것. 어릴 때 비디오 대여점에서 처음 만난 스타워즈 시리즈와 토이스토리가 그랬고, 미켈란젤로, 검정치마, 무라카미 하루키 등. 저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덕질'하며 살아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이 시리즈도 어떻게 보면 제 덕질의 일환입니다. 저는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도, 또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아주 편식적인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이지도 않는데 거기다가 좀 편식적이면 뭔가 어때요? 그냥 좋아서 하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나름 자신감도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저는 덕질하는데는 정말 선수이거든요.


  최근에 제가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신간을 냈습니다. <오래 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라는 제목의 에세이인데요.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하루키는 자신의 하루를 음악으로 빼곡히 채우는 소문난 음악 덕후입니다. 이 책은 그가 소장하고 있는 아날로그 레코드를 소개하는 책인데, 표지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걸 모았답니다."

  하루키를 좋아하고, 또 그처럼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 말은 제게 '잘하고 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들은 것과 같았습니다. '아,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도 '덕질'을 하고 있구나. 또, 그것으로 글을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머릿속에 어떤 확실함이 일어났습니다. 덕질은 옳은 일이라는 것. 그래서 앞으로는 대놓고, 그것도 노골적으로 덕질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제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네가 꼭 알았으면 해!'이 시리즈는 계속될 겁니다. 저는 이것들이 쌓여서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는 좀 딱딱한 소개 글에 불과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다양한 기획과 구상을 가지고 정말 재미있게 해보려고 합니다. 몇 분이나 이걸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어떤 덕후 녀석의 컬렉션을 훔쳐본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앞으로 한달에 한 번,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네가 꼭 알았으면 해! ; Rex Orange County'


  돌아온 '네가 꼭 알았으면 해!'. 이번에 소개할 아티스트는 'Rex Orange County'입니다. 제 기억이 맞는다면, 제가 가장 처음에 들은 이 친구의 노래는 1집 정규 앨범의 'Corduroy Dreams'였습니다. 단순한 기타 멜로디에 그의 독특한 음색이 더해져 어딘가 특별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노래, 심상치가 않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의 노래를 죄다 찾아서 들어봤습니다. 이 친구 이거 아주 물건이더군요. 고등학생 때,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믹스테이프[Bcos U Will Never B Free]로 Tyler, The Creator의 러브콜을 받아낸 대단한 녀석이었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는 고작 18살, 게다가 정규 앨범도 내지 않은 사운드 클라우드에 믹스테이프를 올린 고등학생이었단 말입니다.


  이 친구는 그냥 천재입니다. 드럼부터 기타, 피아노 연주까지 게다가 작사, 작곡과 프로듀싱까지 혼자 해내는 결이 다른 녀석이죠. 그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일화가 있는데, Tyler의 [Flower Boy]에서 "Foreword"와 "Boredom" 작업을 하면서 그는 다음 앨범을 준비하기로 했답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릴 것을 알았는지, 곧장 작업을 시작해 불과 4-5개월 만에 10곡짜리 앨범 [Apricot Princess]를 발매합니다. 이 앨범이 [Flower Boy]보다 무려 3달이나 먼저 발매가 되었으니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반응은 미치도록 뜨거웠습니다. 빌보드와 롤링스톤지를 포함한 미디어는 이 영국의 10대 소년에게 주목했고, BBC Sound of 2018 2위에 오르며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2년 뒤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 [Pony]를 발매합니다. 10대에서 20대가 되면서 바뀐 자신의 삶과 환경, 어른이 되기 전 자신의 고민과 또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을 이야기한 이 앨범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앨범 [Pony]는 비로소 Rex Orange County만의 사운드가 완성되었다는 미디어의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주목받는 신인에서 매력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기까지 고작 몇 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이렇게나 사랑하는 걸까요?


  음, 우선 그의 음악은 아주 솔직합니다. 투명하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그가 데뷔했을 때, 평단에서는 10대만의 감성을 잘 살린다는 표현도 있었지만, 그는 10대의 감성을 대변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Rex Orange County 그리고 Alexander O'Conner(Rex의 본명)바로 그 자신이었고, 그저 매 순간 투명한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사실, 대중들은 그래요. 그 아티스트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음악을 만드는지 모를뿐더러, 또 그것을 굳이 애써 알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음악이 내게 닿을 때 느껴지는 진솔함은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가식과 거짓말로 가득한 음악들은 그것들이 금방 드러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투명하고 솔직한 음악들은 계속 찾아서 듣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지죠. 바로 이 친구의 음악이 제게는 그렇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또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에 솔직하고 싶을 때마다 찾아서 듣게 되는 제게는 아주 소중한 노래들입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이 친구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아티스트라는 겁니다. 그의 노래들을 듣다 보면, 중간에 다른 악기들이 시시각각 등장합니다. 스트링과 브라스 연주들이 까메오처럼 등장하는데, 이게 단순히 멜로디를 차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사로 전달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표현하기도 하며 또 보컬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기도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들이 그 아티스트가 음악을 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사운드에 반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소리가 가지는 깊이와 여운으로 곡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데, 이 친구는 이것을 정말 잘 알고 있어 그저 감탄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또, 이 친구는 템포에도 변화를 여러 번 주는데, 이건 곡의 몰입감을 주는 일종의 장치입니다. 한 곡 안에서 여러 번 템포에 변화를 주면서 곡의 분위기를 바꾸기도 하고, 다른 감정을 구현하는 것으로 그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한 곡에서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단순하게 배열이 되면 오히려 지루할 수도 있는데, 이 친구의 노래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쩔 때는 변화되는 부분만 듣고 싶어 앞부분을 과감히 넘길 때도 있다니깐요? 단언컨대 이 친구를 아직까지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의 노래를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일단 한 번 듣게 되면 계속해서 찾게 되는, 옛날 말로 새우깡 같은 아티스트라고 해두죠.


  자, 그럼 이제 들어봐야겠죠? 오늘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소개하다 보니 이런저런 설명과 개인적인 의견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말했던 것들, 그가 가진 솔직함과 음악적인 포인트들을 생각하며 노래를 들으시면 이 친구의 매력에 홀딱 빠지게 될 거라고 일종의 경고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미 알고 계셨던 분들도 집중해서 다시 듣게 되면, Rex Ornage County를 좋아하셨던 걸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네가 꼭 알았으면 해!' 소개합니다, Rex Orange County 입니다!

Track list


1. Belly (The Grass Stains)


2. Corduroy Dreams


3. A Song About Being Sad


4. Apricot Princess


5. 4 Seasons


6. Happiness


7. 10/10


8. Always


9. Pluto Projector


10. Best Friend


11. Sunflower


12. Loving Is Easy(feat. Benny Sings)


(Bonus Tracks) [WHO CARES?]

  지난 16일, 이 친구가 제게 말도 하지 않고 네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선공개한 "KEEP IT UP", "AMAZING", 그리고 세상에 자신을 알릴 수 있게 해준 Tyler, The Creator와 함께한 "Open A Window"까지. 1번 트랙부터 11번 트랙까지 곳곳에 Rex Orange County의 향기가 묻어나 어쩐지 기분까지 좋아지는 앨범입니다. 또, 다가오는 봄과 여름에 잘 어울려 앞서 소개한 트랙들을 정복하시고 들어보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렇게 들어보시면 한 아티스트가 성장하는 과정을 분명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ditor  김남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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