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三三推薦


'아무것도 하지 말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현자타임이라고 유머러스하게 넘길 수 있는 날도 있겠지만 가끔은 유머마저도 어렵다. 하기 싫은 것은 하기 싫은 것일 뿐 부정적인 방향의 감정은 아니다. 그만큼 의욕 넘치는 날도 있기 마련이니. 시간 죽이기가 시작된다. 최근에 보고 읽었던 드라마와 만화를 모았다. 킬링타임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들로, 하기 싫음마저도 잊을 수 있는 것들로.

『 나의 해방일지 』


  추앙 받는 기분은 무엇일까. 누군가 나를 높여준다는 것으로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말 못하고 사는, 어딘가 구겨진 삶을 사는 염미정이 구씨에게 말한다. 나를 추앙해요. '추앙'의 의미가 새로워졌다. 염미정의 가족들은 노른자가 아닌 흰자의 위치에 산다. 꾸역꾸역 서울로 출근하고 경기도 끝자락으로 퇴근한다. 거리에서 나오는 피곤은 곧 우울. 출신이 모호한 구씨의 등장과 함께 천천히 변화가 생긴다. 해가 천천히 떨어지는 초여름 저녁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대사가 지닌 힘이 좋다.


『 우리들의 블루스 


  아름다운 배경과 뛰어난 배우들. 제주도 로컬 분위기를 잘 살렸다. 1화부터 등장하는 제주 방언이 다소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하기 쉽고 그만큼 제주 방언에도 금방 익숙해진다. 2~3회 별로 주인공이 바뀌는 옴니버스 드라마이다. 젊은, 중년과 노년의 인생들을 골고루 다룬다. 자연스럽게 인물들을 응원하게 된다. '우리들의 블루스' 제작에 숨겨진 이야기가 꽤 흥미롭다. 


『 초인X - 이시다 스이 


  <도쿄 구울>을 기억 하는가. 뛰어난 캐릭터 디자인과 특유의 작화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만화를 그리는 이시다 스이의 최신작이다. <초인X> 역시 <도쿄 구울>과 마찬가지로 예상치 못한 일로 능력을 가지게 된 주인공을 다룬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들 사이에 존재해 온 '초인'이라는 종(種)이 등장한다. 킬링타임 하기에 좋은 만화. 단행본 표지가 컬렉팅 욕구를 자극한다.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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