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소 '달빛나무'와 목조공장을 개조한 카페 '올드문래'를 운영하며 문래동의 변화 흐름을 자연스레 이끄는 최문정 대표와 함께 직업과 삶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자기소개
A. 문래동에서 목수로 생활하며 작은 가게 하나 운영하는 최문정입니다. 소목은 보통 가구를 짜거나 문을 만드는 일을 하고 대목은 배를 만들 거나 집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저는 주로 대목 쪽 일을 하고 있어요.
Q. 목수를 시작하게 된 계기나 과정
A.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크게 흥미를 느껴서 어렸을 때는 과일들이 들어있는 나무 궤짝들을 얻어서 책장을 만들곤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린 나이에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원래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목수라는 직업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Q.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A. 환경적인 고찰이 보통 사람들보단 좀 많았어요. 어떻게 보면 지구를 살린다는 그런 환경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살았는데, 그때 생각한 게 세상의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자연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중 하나가 집이었어요. 그래서 여러 재료 중에 친환경 재료인 돌, 나무, 흙 세 가지를 주요하게 다루는 목수가 된 거죠.
Q. 목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A. 체력인 것 같아요. 사실 체육학과를 들어갔지만, 다리를 다쳐서 운동을 못 하게 됐어요. 하지만 체육이라는 밑바탕이 목수 생활을 유지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대목의 경우는 허허벌판 야외에서 온종일 겨울이어도 버텨야 해요. 종일 서 있거나, 추운 환경에서 기본적인 근력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버틸 수가 없거든요. 꼭 무거운 것을 많이 드는 근력만이 아니라 미세한 근육들이 발달해서 연장을 만지는 테크닉 부분 또한 체력이 기반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 같아요.
Q. 달빛나무와 올드문래
A. 서른 살쯤, 처음 목공실을 냈어요. 제대로 연마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아마추어가 될 것 같은 걱정으로 개인 연습 공간으로 열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의 발길이 닿아 사업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 왔고, 제 영어 이름이 문(moon)을 따와서 달빛나무로 지었어요.(웃음) 문래동에 지내는 동안 창작촌이라는 타이틀이 쓰인 지 10년이 넘다 보니 내외국인들이 방문하는 일들이 늘어났고, 제가 딱히 소개해 줄 공간이 없었어요. 자기 일을 집중하는 공방들이 많았거든요. 이러한 것들이 괜히 문래동 사람의 관점에서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올드 문래라는 또 하나의 공간을 열었고 그 접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공장의 느낌을 최대한 내려고 했고요. 올드 문래 내부에 있는 기계들도 다 실제로 움직이는 기계에요. 주변 공장에서 많이 쓰이는 기계들이고, 문래동에는 작가분들도 많아서 그들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으로도 도움을 주려 하고 있어요.
Q. 문래동에 바라는 점
A. 사실 문래동은 소위 핫플레이스라는 단어가 오갈 정도로 사람이 많아요. 근데 뭔가 상점이 도드라져서 그런지 사실은 공장들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저 또한 본의 아니게 상업적인 공간을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을 드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분들이 터놓으신 이 환경이 너무 불편하게 변하지 않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어요. 목공소를 운영하는 그분들과 똑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문래동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풍경과 이 모습이 가능하다면 오래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Q. 도전과 꿈꾸는 이들에게
A. 저의 경우에 목수 일에만 지나친 치중으로 인한 고민이 있어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적이 있어요. 시간이 흘러 국내에서 도면 요청을 받게 되었고, 그때 일했던 동선의 구조를 기억하며 도면을 그렸을 때 요청했던 곳에서 되게 놀랐던 적이 있어요. 과거의 경험들이 유익하게 이어지는 것을 보면 어떠한 일을 할 때 나를 위한 발판이 된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준비가 덜 됐어도 그냥 시작하라!”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에요. 너무 재지 말고 한 번 뛰어들었으면 좋겠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깊은 세계를 경험하며 가지를 뻗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막연히 어떤 준비를 하더라도 닥쳤을 때 생각지 못한 능력도 나온다고 생각하고요. 방향은 고민해야겠지만 완벽한 준비가 되진 않았어도, 실패가 온다고 한들 경험으로 얻어지는 큰 보석이 있을 거예요.
Q. 문래동 뒷이야기
A. 작가나,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세속적으로 치부하시는 때도 있어 속상하죠. 어르신들이 공장에서 부품을 만드는 일들은 분명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작업자이니깐요. 하지만 똑같이 노력해서 결과물을 내놓은 것들에 있어 상업공간만이라는 것만으로 노력이 무시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러한 작가들의 생활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접점을 찾긴 어렵지만, 제3자만큼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올드 문래가 문래동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불러왔다고 하며 취재하러 온 분이 있었는데 너무 속상했죠. 문래동을 위한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나름대로 엄청난 고민을 해서 이루어 온 공간인데 상업적이다는 시선만으로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 같거든요.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보다 확대된 이미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