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三三推薦


'우유부단한 나날'

   이것도 좋은 것 같고, 저것도 좋은 것 같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도 그냥 그렇고, 저것도 그냥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나 '반드시' '이것이어야만' 할 수는 없다. 망설이다 보면 아무것도 쥐지 못한 채 차례가 지나간다. 오랜만에 래플에 참여했다. 연속으로 당첨을 맛봤다. 하지만 둘 중 어떤 물건도 남겨둘 것 같진 않다. 나는 왜 이것들을 원했나. 올 여름은 발도 마음도 시원시원 하게 나고 싶다.

『 Crocs x Salehe Bembury 』


  장마철이면 가장 먼저 신발 걱정을 한다. 젖이 않아야 하고, 편해야하고, 함부로 다룰 예정이므로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게. 작년부터 크록스를 눈여겨봤다. 그동안 즐겼던 신발들과는 궤가 달라 망설이기만 했다. 살레헤 벰버리 협업 제품의 발매 소식을 들었다. 클로그 위에 지문이 얹혀있었다. 등고선 같기도 하고, 갓 태어난 샤페이 같기도 한 그런. 신선한 디자인이었지만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역시 나에게 크록스는 아닌가보다 넘기려는 찰나 동생이 구매를 원했다. 동생은 캠핑에 성공했고, 나는 온라인 래플에서 당첨이 됐다. 진심은 통한다는 걸 크록스에서 배웠다.


『 Adidas Yeezy Slide Onyx 


  크록스를 포기하자 이지 슬라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매끈한 디자인에 괜히 마음이 놓였다. 살면서 이지 한 번쯤은 신어봐야지, 라는 생각도 조금 있었다. 퓨어 컬러를 원했는데 오닉스 컬러가 당첨됐다. 아직도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상황. 막상 얻고 나니 신발이 가지고 싶었던 것인지, 오랜만에 당첨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 혼란스럽다. 


『 자, 정시에 퇴근합시다. - 일본 TBS 


  더 이상 직장인 아니다. 여전히 늦게까지 일하는 것은 싫다. 오후 6시 정시 퇴근을 사수하기 위해 애쓰는 히가시야마 유이를 주인공으로 한다. 정시 퇴근 후 상하이 반점 해피아워 반값 맥주를 즐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함께 속이 시원해진다. 하지만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는다. 동료가, 선배가, 후배가 정시 퇴근의 걸림돌이 된다. 큰 갈등 없이 쉽게 나아가는 스토리지만 그만큼 마음 편히 시간을 죽일 수 있다. 유이 역의 요시타카 유리코가 예쁘다.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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