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에 자리 잡은 사람들


서울의 게토(ghetto) '강북구'

   한강의 이북을 통칭하는 강북. 이 안에서도 '강북구'는 서울의 세련된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낙후된 지역이다. 필자가 나고 자란 고향이지만, 우스갯소리로 서울의 게토(ghetto)란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의외로 서울에서 하루 동안 가장 많이 이용되는(8158건) 버스 정류장이 바로 강북구에 위치한 미아사거리역이다. 많은 사람이 오고 가며 역동적인 모습을 띤 동네. 사람 내음 물씬 나는 이곳 강북구에 자리 잡은 각양각색 가치를 지닌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강북구를 선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 봤다.



『 엘피와 음악사랑 』

    서울 강북구 도봉로10길 28, B1


Q. 매장 소개와 운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김민재 대표 이곳은 2002년 오픈한 곳으로, 제 이름을 걸고 운영된 지는 7년이 돼가고 있습니다. 세 번째 주인이죠. 이름부터 한국에서 촌스러움으로는 단연 최고입니다. 조그맣고 오래된 '동네 점방'이지만 진심으로 판을 돌리고 편안함과 만만함(?)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습니다. 가게명처럼 와이파이 따위 없고 오로지 CD와 바이닐을 통해서만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힙합 곳에 비집고 들어가 치열하게 살며 은행 잔고를 늘리기보다는, 혼자 들어왔던 좋은 음악을 다른 이들과 같이 즐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강북구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있다면?


김민재 대표 개인적으로 2014~15년도에 정말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 당시에 저를 품어주던 장소가 바로 이 곳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신발 닳도록 다니던 홍대나 신촌이 아닌 낙후된 '강북구' 그것도 미야사거리였죠. 거주지가 이 근처인데, 나이를 먹다 보니 기존에 하던 일들 때문에 늘 멀리까지 찾아가기가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동네가 주는 만만함과 편안함이 있어 이곳을 자주 찾게 되었고, 마침 가게를 인계하고 싶어 전 주인 형님께서 "너 정도로 음악 좋아하는 인간이면 되겠구나"해서 제가 물려받았습니다. 물론 현재 돌아가는 판들은 99% 이상 제가 수집한 예쁜 내 자식들입니다.


『 금잔화 』

    서울 강북구 월계로7길 42, 1F


Q. 매장 소개와 운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심준엽 대표 전통주를 포함해 '우리 술'과 '퓨전 한식 안주'를 판매하고 있는 선술집 금잔화입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것들을 좋아하다 보니, 아몬드 닭 부침개, 냉채 묵은지 파스타와 같이 신선하고 색다른 조합의 메뉴들로 안주에 대한 재미와 차별성을 두려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우리 술을 통해 손님들에게 더 나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잔잔히 흘러나오는 재즈풍의 노래와 드라마 '심야식당'의 ㄷ자 테이블이 있는 8평의 작은 선술집,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받으며 누군가는 하루의 고단함을 풀고 다른 누군가는 행복을 채워 나가는 그런 선술집이 되고자 합니다.


Q. 강북구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있다면?


심준엽 대표 강북구로 이사 온 지는 2년 정도밖에 안됐습니다. 그전에는 홍대 근처에서 8년 정도 살았고 연남동과 망원동이 발전해가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습니다. 지금 금잔화가 위치한 곳을 처음 봤을때, 발전하기 전 연남동의 느낌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이곳에 자리 잡게 됐습니다. 근처 번화가를 몇 블록만 지나면 주택가들이 위치한 고즈넉한 골목에 조그마한 가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주로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가게 위주였지만 요즘에 제 또래의 젊은 사장들이 운영하는 가게들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죠. 이런 변화가 계속된다면 이 동네도 '어떤 개성을 가진 하나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도너리비해피 』

    서울 강북구 도봉로10나길 21, B1


Q. 매장 소개와 운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김지혜 대표 도너리비해피는 건강하고 맛있는 도넛과 빵을 만드는 프로틴 카페입니다. 밀가루와 버터, 설탕을 사용하지 않아 당섭취가 제한된 분들과 식단관리 중이신 분들, 건강한 간식이 필요한 어린아이들, 글루텐 소화가 어려운 분들이 편하게 소화할 수 있는 빵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는 빵집을 운영하셨습니다. 저는 팔리지 않고 남은 빵들을 버릇처럼 먹곤 했죠. 그러다 보니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로 살이 쪘고 늘 몸무게가 100kg에 육박할 정도로 비만이었습니다. 다이어트는 하고 싶지만, 식욕을 참는 것이 저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죠. 그래서 다이어트중에도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이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Don't worry be happy.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Q. 강북구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있다면?


김지혜 대표 경기도로 이사를 하게 되어 이전에 운영했던 가게와 물리적으로 멀어져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새로운 가게 위치를 알아보던 중, 친동생이 사는 미아동이 눈에 띄었습니다. 집에서 가깝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1년 정도 발품을 팔아 현재 위치에 자리 잡게 됐죠. 구석진 골목에 있지만 주변 건물주분들이 인테리어 참고를 위해 가게에 자주 방문하시곤 합니다. 아마도 이 주변 건물들이 상가로 바뀔 것 같습니다. 이곳도 머지않아 한남, 성수, 연남, 상수와 같은 공간이 되겠죠?


『 TTYL 』

    서울 강북구 노해로 42, 2F


Q. 매장 소개와 운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안휘석 대표 수유는 '물이 흘러넘친다'는 예쁜 이름과 달리 매우 시끌벅적한 동네입니다. 서울 북부와 중부를 잇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에 항상 차와 사람이 많아 조용할 틈이 없는 동네입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이곳에 작은 틈을 내어, 티틸이라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소란한 거리를 지나 티틸로 들어서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직선 형태의 인테리어 요소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큰 창을 내었기에 오후 내내 빛이 가득하고, 조명은 간접적으로 들어오게끔 하여 눈이 피로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혼자 오셔도 편히 앉아 생각하고 작업할 수 있도록 쉐어링 테이블을 길게 배치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통해 저희가 보여드리고자 한 것은 작은 평화와 위로입니다. 들뜬 마음이 차분해지고, 소란한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가 내면의 작은 평화를 다시 회복하는 공간. 그곳이 바로 티틸이 추구하는 공간입니다.


Q. 강북구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있다면?


안휘석 대표 강북은 확연히 연남, 한남, 성수와는 결이 다른 곳입니다. 오말조말하고 빡빡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가끔 답답하기도 하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속에서 다양한 삶의 형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땀내 나는 생생한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작은 위로와 평온함을 회복하고 돌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자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크고 하얀 도자기 접시를 갓 만들어 내놓은 마음입니다. 이 하얀 접시 위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맛있는 빵과 커피는 기본이고, 전시와 강연 등을 통해 강북구 문화공간으로서의 작은 분깃을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가당찮은 꿈을 꾸어봅니다.


『 어니언 미아 』

    서울 강북구 솔매로50길, 55


Q. 매장 소개와 운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어니언 카페 '어니언'의 2호점으로 2018년에 오픈했습니다. 높은 수준의 'Hospitality', 깊이감 있는 콘텐츠를 통해 영감과 예술이 공존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추구합니다. (소개 글 중 일부) "이곳이 누군가에게는 사색의 풍경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의 영감이 되는 그러한 공간으로 존재하기를 바란다."


Q. 강북구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있다면?


어니언 어니언은 버려진 것, 선택받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애착이 있습니다. 성수동의 폐공장, 안국의 사용되지 않은 한옥처럼 말이죠. 어느 날, 우체국으로 사용되는 건물이 매각되거나 임대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편이 이메일로 대체되면서 여러 우체국 지점들이 축소, 통폐합된다는 이야기였죠. 그래서 우체국에 주목했고, 서울에서 낙후한 지역에 위치한 '미아'를 선택했습니다. 특히 '동네'라는 키워드에 집중했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가진 카페는 아무래도 성수, 연남, 압구정과 같은 곳에 많다보니 "동네에도 맛있는 커피와 빵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한 생각에서 시작했죠. 여기서 나아가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을 바랬습니다. 이 부분이 좀 더 와 닿는데, 당시에 '나의 아저씨'란 드라마에 빠져 있던 시기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위로를 담은 공간 그리고 로컬리티를 살려내는 것이 어니언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힙합 씬에서 출신 동네를 샤라웃 하듯이, 어니언도 미아라는 동네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재밌는 이벤트를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하나하나씩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무너미 』

    서울 강북구 노해로8가길 40


Q. 매장 소개와 운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홍주선 대표 수유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 무너미입니다. 무너미는 수유(水踰)의 순우리말이자 옛 지명입니다. 여기서 이름을 빌려 상호로 짓게 됐습니다. 디저트와 베이커리 위주로 운영되고 있고 '화려한 비주얼'로 단번에 손님들이 이목을 끄는 무너미 케이크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강북구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있다면?


홍주선 대표 강북구에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주택가 중심으로 매장이 형성된 연남동이나 한남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명하고 랜드마크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나고 자란 강북구에서도 충분히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걸 이곳에 살고 계신 분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조금이라도 멀리 안 나가고 동네에서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 이곳에 자리 잡게 됐습니다.


Editor  Wonjun Son

Photo  Yoobi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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