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사육사를 꿈꾸었던 학생에서 상반되는 주얼리를 업으로 삼기까지 어땠는가
A.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나는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어야지”라고 시작하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걸 만들어 착용하는 게 기뻤고, 만드는 일에도 취미가 있었기에 그냥 재미있게 작업을 이어왔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악세사리를 만드는 게 업인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Q. 그렇게 시작한 은세공, 카빙이 벌써 11년 차로 접어들었다.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A. 지금은 공예의 가치가 인정받는 시대지만, 작업 초창기에는 실버 주얼리라는 이유로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은'이라는 재료는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만연했기에, 제작 과정이나 유통과정에 대한 고려 없이 재료값만 얘기하며 쉽게 깎아 내리는 몇몇 지인들도 있었죠.
금으로 만드는 제품은 셋팅비라는 명목으로 몇십만 원을 더 추가해도 그러려니 하지만, 은제품이 비싸면 의문을 가지던 시기였어요. 그래도 지금은 오르는 물가와 소비자분들이 핸드메이드의 가치를 알아주시는 덕에 가격 좋은 실버악세사리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웃음)
Q. 지금의 작업과 초기 작업이 상반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A. 작업 초기에는 내가 보는 동물의 매력이 왁스로 표현이 됐을 때 기뻤고, 그대로 세밀하게 표현하고 묘사하는 데만 집중했었어요. 그 과정이 초기에는 마냥 재미있었다가 어느 순간 실제 사물이나 동물의 실물 그대로 조각을 넘어 저의 생각이나 감성을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보는 소비자들이 ‘생각을 하게 하는 조각’을 목표로 조각 제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꾸미기 위한 장식인 주얼리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어 착용 하였을 때의 실루엣과 생활에 밀접하게 디자인하려고 노력합니다.
Q. '코어브라스'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A. '코어브라스'는 이런 스타일이에요. 하면서 딱 정해진 스타일은 없습니다. 스타일을 정해버리면 스타일이라는 틀에 갇혀버리는 걸 여러 번 경험했었거든요. 주얼리는 어쩔 수 없이 제작자의 제작 방식에서 개성이 묻어 나올 수밖에 없으니, 제가 시기마다 받아오는 영감에 따라 변화하면서 천천히 아이덴티티를 뿌리내리는 것이 코어 브라스의 스타일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