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필름 감기는 소리와 손끝으로 전해지는 셔터의 촉감, 작은 기계가 작동한다는 감각이 온전히 전해진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좋은 것은 뷰 파인더에 잡히는 풍경이다. 맑은 날이면 카메라를 챙겨 동네 산책을 나선다. 날씨에 이끌려 걷다보면 평소보다 조금 더 먼 곳에 도착한다.
어린 시절부터 쭉 보아온 가게들을 지나친다. 어떤 가게는 그 모습 그대로, 어떤 가게는 자리를 옮기거나 수리를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물론 사라지는 가게들도 있다. 하나하나 기억하고 싶단 마음으로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