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ASON OF ENTRANCE EXAM
입시의 계절

입시의 계절이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과정은 아니지만 찬바람이 분다 싶으면 괜히 입시생으로 살던 십대 시절이 떠오른다. 우리는 여전히 학벌주의가 남아있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그렇기에 입시란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십대 시절을 괴롭힌다. 입시냐, 취업이냐 어쨌든 열아홉만 지나면 어른이 될 것 같은 기분. 학생이 아닌 새로운 조금이라도 새로운 타이틀이 붙을 것만 같은 예감. 우리의 시절은 어땠는지, 또 모르는 누군가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꽤 볼만한 두 작품을 골랐다.


『블루 피리어드(Blue Period)』 - 야마구치 츠바사

 

모범생의 탈을 쓴 불량아 야구치 야토라가 미술에 빠지고 미대 입시생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야구치 야토라 외에도 함께 입시를 준비하는 동료들이 등장하고 입시라는 큰 틀 안에서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블루 피리어드』는 일본 미대 입시, 특히 도쿄 예대 입시를 굉장히 디테일하게 다룬다. 보통의 학원물에 등장하는 천재적 주인공 일대기와는 결이 다르다.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기술을 연마하고, 그만큼 보고 느끼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한 명의 인간이 미술에 빠지는 시간은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럽다. 그가 걷는 미술가의 길은 어떠할까. 야구치 야토라를 보고 있으면 저렇게 가슴 뛰었던 시절이 있었는가, 그런 물음에 도달한다.

 

작품 내내 등장하는 실제 작가들의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화. 『블루 피리어드』 작가 야마구치 츠바사는 만화를 잘 그린다. 리디북스에서 결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제목 『블루 피리어드』는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활동 기간 중 1901년부터 1904년까지를 말한다. 스페인어로 ‘Periodo Azul’이라고 부르던 피카소의 청색 시대. 제목의 이유는 이제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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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잡 (Wood Job!)』 - 야구치 시노부

 

실패의 기분은 어떠한가. 간절히 원했던 목표가 다시 멀어지고, 나는 제자리인 것 같은데 다들 저만큼 나아가고 실패의 순간이 끊임없이 지속될 것만 같은 그런 무력감. 『우드잡』히라노 유키가 그렇다. 대학 입시에서 떨어지고, 졸업하고, 애인에게 차이고, 재수를 다짐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친구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지만 괜찮지 않다. 우드잡은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집에 돌아가던 히라노 유키는 전단지 속의 예쁜 모델에 이끌린다. 그리곤 이름도 생소한 산림 연수생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산 속에 위치한 가무사리 마을로 향한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지만 히라노 유키는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다.

 

이미 『워터보이즈』와 『스윙걸즈』로 각기 다른 방식의 성장을 보여준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우드잡』에서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산과 숲이 끝없이 펼쳐진 가무사리 마을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히라노 유키에게 산림 관리는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다. 나무를 베고, 흙바닥에 뒹굴고, 나무에 오르고 쉽지 않는 루틴 속에서 한 명의 일꾼으로 또 어른으로 성장해나간다. 과정이 조금 서툴더라도 괜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실패는 실패일 뿐 또 다음 단계는 존재한다고. 이런 과정으로 성숙해지는 거라고 산등성이 어딘가에서 여전히 성장 중인 히라노 유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또 모르는 누군가들은 취업이든 입시든 통과의례를 위해 애쓰는 밤일 것이다. 쌀쌀한 날씨를 견딜 만큼 적당한 온기가 존재하길. 누군가의 가능성과 노력을 순수하게 응원할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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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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