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잡 (Wood Job!)』 - 야구치 시노부
실패의 기분은 어떠한가. 간절히 원했던 목표가 다시 멀어지고, 나는 제자리인 것 같은데 다들 저만큼 나아가고 실패의 순간이 끊임없이 지속될 것만 같은 그런 무력감. 『우드잡』히라노 유키가 그렇다. 대학 입시에서 떨어지고, 졸업하고, 애인에게 차이고, 재수를 다짐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친구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지만 괜찮지 않다. 우드잡은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집에 돌아가던 히라노 유키는 전단지 속의 예쁜 모델에 이끌린다. 그리곤 이름도 생소한 산림 연수생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산 속에 위치한 가무사리 마을로 향한다.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지만 히라노 유키는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다.
이미 『워터보이즈』와 『스윙걸즈』로 각기 다른 방식의 성장을 보여준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우드잡』에서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산과 숲이 끝없이 펼쳐진 가무사리 마을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히라노 유키에게 산림 관리는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다. 나무를 베고, 흙바닥에 뒹굴고, 나무에 오르고 쉽지 않는 루틴 속에서 한 명의 일꾼으로 또 어른으로 성장해나간다. 과정이 조금 서툴더라도 괜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실패는 실패일 뿐 또 다음 단계는 존재한다고. 이런 과정으로 성숙해지는 거라고 산등성이 어딘가에서 여전히 성장 중인 히라노 유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또 모르는 누군가들은 취업이든 입시든 통과의례를 위해 애쓰는 밤일 것이다. 쌀쌀한 날씨를 견딜 만큼 적당한 온기가 존재하길. 누군가의 가능성과 노력을 순수하게 응원할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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