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1ST - Brass를 좋아하세요?

  여러분은 요즘 자꾸만 당기는 음악이 있으실까요? 음식으로 말하면, 가을에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가 있을 테고, 겨울에는 길거리에서 파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이 생각나듯 저는 요즘 진한 Brass 음악이 귀에 잔상처럼 남아 계속 그 음악만 찾아서 듣고 있습니다. Brass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면 금관악기를 뜻하며 연주자의 입술 진동으로 소리를 내는 관악기 군의 총칭으로 트럼펫, 트롬본, 튜바, 호른 등이 있으며 관이 주로 황동(brass)으로 만들어진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꼭 그것을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 역시 Brass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음악은 나를 움직이게 하고, 듣고 있으면 마음속에서 무언가 일어나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도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듣기에 좋고 마음에 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Chet Baker - Somewhere Over the Rainbow


저는 Brass 중에서도 트럼펫 소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보통 트럼펫 연주자를 꼽자면 Miles Davis나 Chet Baker 이 둘이 가장 손에 꼽는 연주자일 텐데, 저는 Miles Davis보다 Chet Baker를 더 좋아합니다. 이유는 거창하지 않아요. 그냥 제 귀에 더 듣기 좋은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Miles Davis는 재즈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인물이고 마치 ‘Jazz는 이래야 해.’ 라고 말하는 교과서 같은 연주자라고 한다면, Chet Baker는 그만의 색깔이 확고한 부드럽지만 거칠고 신경질적인 연주가 매력적인 뮤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그의 일대를 다룬 영화 ‘Born to be Blue’를 보았는데, 이 노래가 삽입된 장면이 인상 깊기도 했고, 또 이 노래를 연주한 그 어떤 뮤지션들보다 감히 가장 뛰어나게 연주했다고 생각하기에, 여러분들도 꼭 한 번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Hot 8 Brass Band - Sexual Healing


Brass가 매력적인 이유 중 또 하나는 밴드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Hot 8 Brass Band는 뉴올리언스에서도 가장 인기 있고 눈에 띄는 펑크스타일 브라스 밴드 중 하나입니다. 그들은 같은 시대에 태어나 함께 자랐고 가족 같은 강한 유대감으로 지금까지 밴드를 이루고 있습니다. 밴드는 트럼펫과 트롬본, 튜바, 베이스 및 스네어 드럼을 포함하여 10명 이상의 멤버로 구성됩니다. 이 밴드의 유니크함은 ‘Sexual Healing’에서도 잘 보입니다. 원래 이 곡은 Marvine Gaye의 노래인데, 원곡은 화려한 도시의 재즈 바에서 흘러나오는 세련되고 절제된 섹시미를 가진 노래라면, Hot 8 Brass Band의 ‘Sexual Healing’은 말 그대로 길거리 행진을 위한 노래입니다. 거리를 거닐며, 왼쪽과 오른쪽으로 그루브를 타며 행진하는 거대한 Brass Band의 모습이 그려지실 겁니다. 이 노래에 빠져, 그렇게 몸을 이리저리 흔들다 보면 당신은 지금 뉴올리언스 재즈 거리 한복판에 서있을 겁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이 음악은 같이 즐기기 좋은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어떤 음악보다 경쾌하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Brass 음악은 당신 곁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배가 되는 것입나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그 연주자가 된 것처럼 경쾌한 리듬에 몸을 이리저리 흔들기도, 멜랑꼴리한 멜로디에 흐느끼며 연주에 빠져들 것입니다. 나는 트럼펫이고, 당신은 트롬본을 해볼까요? 반대가 되어도 좋을 것 같네요. 언제 어디든 함께하기 좋은 음악입니다. 귀에 울려 퍼지는 멜로디에 또 음악이 끝났을 때 남은 그 잔상으로 우리는 Chet Baker가 연주한 뉴욕의 ‘Birdland’에, Hot 8 Brass Band의 뉴올리언스 재즈 거리에 있을 겁니다. 음, 저는 그래서 30대에 트럼펫을 배워볼까 합니다. 여러분들도 이 음악과 함께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Editor  김남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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