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과 로큰롤 그들의 가죽 자켓과 청바지에 대해
이번 글은 김지운님의 라이딩 스타일로부터 출발한다. 라이딩 스타일이란 오토바이를 타는 이들이 입는 스타일이다. 그러한 이들을 머릿 속에 그려보면 왠지 모르게 가장 먼저 선글라스를 끼고 수염을 기른 얼굴과 가죽 자켓과 청바지를 입고 엔지니어 부츠를 신은 이가 떠오른다. 사실 요즈음 라이더들에게서 가죽 자켓과 청바지라는 아이템은 보기 힘들다. 국내에서는 주로 일본의 라이딩 스타일을 따라가다보니 근래에는 코치 자켓과 디키즈 874와 같은 치노 팬츠와 컨버스, 반스를 신는 것을 즐긴다. 가죽 자켓을 입으면 보온성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활동성이 떨어지다보니 일본에서 변형된 스타일로 코치 자켓을 주로 한 스타일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바이크를 타지 않는 대중들은 여전히 가죽 자켓과 청바지를 바이크 라이더의 상징처럼 여기는 것일까? 그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첫째로 비행사 외의 일반 대중들이 가죽 자켓을 소비하기 시작한 시기가 ‘Schott NYC’의 퍼펙토 라이더 자켓이 나온 1928년 이후부터이다. 이 자켓은 바이크 라이더들을 위해 디자인된 의류였기에 그 기원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사람들은 바이크 라이더라 하면 초퍼 스타일의 할리 데이비슨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초퍼 스타일의 할리 라이더들은 펑크락을 즐겨 듣고 그들의 스타일을 즐겨 입었다. 그들이 대부분 펑크락의 가죽 자켓과 청바지를 공유했기에 그들의 문화에 대한 기억이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죽 자켓과 청바지는 바이크 라이더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두가지 아이템은 락 스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들이 실제로 가죽 자켓과 청바지를 많이 입기도 했지만 AC/DC의 앵거스 영, Led Zeppelin, Queen, Red hot chilli peppers, 커트 코베인 등의 의상을 떠올려보면 그들이 가죽 자켓과 청바지를 입은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어째서 대중들의 기억 속의 락 스타들은 가죽 자켓에 청바지를 입고 있을까? 사람들이 ‘락’이라는 장르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시끄러움’이다. 락에서 시끄러움의 대명사는 헤비메탈이다. 헤비메탈하면 Metalica, Iron Maden과 같은 밴드가 떠오른다. 전성기의 헤비메탈 락커들은 데님과 가죽을 정말 많이 입었다. 뿐만 아니라 헤비메탈은 락의 전성기의 마지막, 그 즈음에 있는 장르이다.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원인을 헤비메탈이라는 락의 잔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바이크 라이더들과 락 스타들의 상징, 가죽 자켓과 청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우선 이 두 가지 아이템이 어떠한 이미지를 주는지부터 이야기 해보자. 대중들에게 바이크 라이더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떠올려보라 한다면 ‘위험한 질주’의 말론 브란도 이미지와 비슷할 것이다. 퍼펙토 라이더 자켓의 지퍼를 채우고 청바지를 입은 그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라이더’의 온상이다. 하지만 시각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영화 내에서 그의 ‘반항적’인 이미지도 우리가 떠올리는 라이더들의 이미지에 포함이 된다. 그렇다면 락 스타들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락 스타라 하면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밴드가 떠오른다. 퍼펙트 라이더, A2 스타일 가죽 자켓을 오픈한 뒤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노래하는 이들 역시도 ‘반항적’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가죽 자켓과 청바지에는 ‘반항’이라는 단어가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입는 가죽 자켓과 청바지는 차이가 있다.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요즈음 어떠한 브랜드에서 그러한 옷들을 찾아볼 수 있는지 알아보자.
바이크 라이더들의 가죽 자켓으로는 카페 레이서와 퍼펙토 스타일의 가죽 자켓이 제격이다. 원단으로는 양가죽과 같은 부드러운 가죽보다는 소가죽, 말가죽이 어울린다. 하나를 고르라 한다면 단연코 말가죽이다. 하지만 소가죽, 말가죽일 지라도 편의성을 위해 부드럽게 가공된 가죽은 그들의 스타일이 아니다. 두툼한 가죽을 길들여가며 입는 것이 더욱 그들의 스타일이다. 브랜드로 예시를 들어보자면 The Real McCoy의 Buco, Buzz Rickson, Schott NYC, Iron Heart를 들 수 있다. 청바지 역시도 품이 있는 것이 떠오른다. 라이트 웨이트와 같은 가벼운 원단은 상상도 하기 힘들다. 바이크 라이더 하면 헤비 웨이트의 원단이 떠오른다. 이러한 옷들은 일본의 복각류 데님 브랜드 Warehouse, Fullcount, Naked&Famous와 같은 브랜드들이 떠오른다.
락 스타들의 가죽 자켓은 사실 바시티를 제외 한다면 여러 종류들을 다 즐겨 입으나 퍼펙토 스타일의 가죽 자켓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원단으로는 양가죽 혹은 잘 무두질 된 소가죽이다. 부드럽게 가공되어 은은한 광택이 도는 원단이 그들에게 더 어울린다. 청바지는 품이 있는 것보다는 스키니한 핏이 먼저 떠오른다. 원단은 헤비 웨이트보다는 미드 웨이트 혹은 라이트 웨이트다. 그리고 그들의 청바지는 찢어져 있어야 할 것만 같다. 이러한 류의 가죽 자켓과 청바지는 근래에 에디 슬리먼이라는 디자이너의 스타일로 집약될 수 있다. 그가 거쳐간 브랜드들 Dior, Saint Laurent, Celine를 확인해 본다면 락 스타의 무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이크 라이더, 락 스타 이 둘은 문화를 공유한다. 바이크 라이더들은 락 음악을 듣고 락 스타들은 바이크를 탄다. 그들의 패션 아이템은 참으로 닮아 있고 그들은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기도 한다. ‘반항’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그들의 문화를 묶어주기도 한다. 가죽 자켓과 청바지에는 이러한 그들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는 가죽 자켓과 청바지를 보고 바이크 라이더를 떠올리기도 하고 락 스타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렇듯 하나의 아이템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은 이미지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시간이 흐르며 이야기가 쌓이면서 변화한다. 그렇기에 옷은 현재만을, 하나의 집단, 한 명의 이야기만을 담지 않는다. 옷 하나에는 긴 시간이,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때로는 옷을 두고 둘러앉아 각자의 옛 추억을 들춰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것도 즐거운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