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1ST - Meet me in Montauk

Track #3. ‘Meet me in Montauk.’ ; 「EVERYTHING - 검정치마」 

  겨울이 코앞으로 왔습니다. 어쩌면 겨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씩은 계절을 계산적으로 정확히 알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부터 겨울이야!’라든지 ‘사흘 밤이 지나면 무더운 여름이 시작 될 거야.’ 같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느 계절인지 알 수 있는 편리함을 꿈꿀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계절을 기다리는 설렘과 기대도 분명히 덜할 것이며 ‘언제 계절이 바뀌었지?, 벌써 겨울이다.’라고 말하는 놀라움도 없어질 것입니다. 나는 사실 겨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 김없이 추운 날씨가 돌아오면 귀찮음이라는 것이 몸과 마음을 차지해 나태해지기 십상이고, 추운 날씨를 싫어하는 탓에 외출도 잘 하지 않게 되는 겨울은 제게 그런 계절입니다. 그래도 겨울이 오면 꼭 하는 일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보는 겁니다. 겨울이 펼쳐진 이 영화를 좋아합니다. 눈 덮인 백사장과 그곳을 걷는 주인공들의 겨울 옷차림 그리고 여자주인공의 대사 한 마디, ‘Meet me in Montauk.’ 언젠가 나를 스쳐지나간 문장들이 생각이 납니다.


                                                

삿포로에 갈까요.
멍을 덮으러, 열을 덮으러 삿포로에 가서 쏟아지는 눈발을 보며 술을 마실까요. 술을 마시러 갈 땐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스키를 타고 이동하는 거에요. 전나무에서 떨어지는 눈폭탄도 맞으면서요. 동물의 발자국을 따라 조금만 가다가 조금만 환해지는 거예요. 하루에 일 미터씩 눈이 내리고 천 일 동안 천 미터의 눈이 쌓여도 우리는 가만히 부둥켜안고 있을까요. 미끄러지는 거예요. 눈이 내리는 날에만 바깥으로 나가요. 하고 싶은 것들을 묶어두면 안되겠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절망한 것을 사과할 일도 없으며, 세상 모두가 흰색이니 의심도 서로 없겠죠. 우리가 선명해지기 위해서라기보다 모호해지기 위해서라도 삿포로는 딱이네요. 당신의 많은 부분들. 한숨을 내쉬지 않고는 열거할 수 없는 당신의 소중한 부분들까지도. 당신은 단 하나인데 나는 여럿이어서, 당신은 죄가 없고 나는 죄가 여럿인 것까지도 눈 속에 단단히 파묻고 오겠습니다.


삿포로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누군가를 사랑했고, 또 그 사랑으로 아팠던 기억들. 영화에서는 그 기억들을 모두 지우려 애쓰지 만, 지우면 지울수록 그것들은 더 선명해져 결국 특별함만 남게 된다는 것을 주인공은 알게 됩니 다. 기억이 지워지는 가장 끝에서 여자 주인공의 대사에 등장하는 ‘Montauk’은 그들이 다시 만날 장소가 아닌 둘의 시간을 가만히 멈춘 채로 그대로 간직한 곳일 겁니다. 어쩌면 삿포로에 가자는 그 말도 우리의 시간을 가두고 싶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추억을 간직하는 것 아 닐까요?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바래지고 흐려지기에 그 순간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시 그리고 싶 어서 조금은 특별하게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그 추억들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나는 노래로 그 추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내가 마주했던 모든 눈부신 순간을 노래에 빠짐없이 담아, 언제고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도록 기 억하려고 합니다. 이 노래에는 내 소중한 추억들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지난가을 유난히 밝은 달 이 우리를 비추던 강릉의 해변과 10월의 제주 그리고 아름다운 노을을 품고 있던 몽 생 미셸. 비 록 이제는 지나가버려 그 장면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상하리만큼 그때 느낀 감동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짙어지기만 합니다.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지금 여기가 그날의 해변인지 우리가 보 낸 가을의 제주인지 또 몽 생 미셸인지 모를 만큼 추억에 젖습니다. 여러분도 추억을 노래에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Editor  김남균



e-mail   sirius0188@naver.com

instagram  @gyunbyg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