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멸망하는 것이 아닐까. 징조가 나타나고 가장 작은 곳부터 붕괴하는 세상. 요즘은 특히나 그런 상상을 한다. 일일확진자를 체크하고, 마스크를 챙기고, 수시로 소독제를 사용한다. 새롭게 추가된 일상은 당연하면서도 낯설다. 다시 멸망을 상상한다. 어디로 도망갈 것인가, 그렇다면 식량은, 대체 무얼 타고, 누구와, 가족들은. 희망이라고는 없는 물음들이 앞선다. 마주하기 전까진 전혀 알 수 없는 것들이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배제하긴 힘들다. 이전 세계의 가치는 전복될 것이고, 루틴을 뛰어넘어 또 다른 질서가 생길 것이다. 무너진 세계에 던져진 우리에게 남을 가치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가족과 우정? 사랑과 평화? 그런 소년만화 같은 이야기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