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1ST - 시나리오를 준비합니다.

Track #4. ’시나리오를    준비합니다.’   ; 「혁오   - New Born」

  텍스트를 좋아합니다. 미술 전시에 가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글씨가 가득한 팸플릿을 구해 전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 전시를 다 보고 나면 새까맣게 잊어 기억하지 못할 것이 뻔하지만, 내 손안에 들어온 텍스트를 곁에 두면 알 수 없는 안정감이 생겨납니다. 일을 할 때도 매우 중요합니다. 해야 할 일을 리스트로 적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으면서 하지 않으면 도무지 생각의 회로가 열리지 않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음을 자주 느끼고는 합니다. 텍스트가 가진 울림을 좋아합니다.  내가 지금 바로 마주한 문장이든 인터넷에 떠도는 게시물 그리고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카피 라이트 등 저마다의 그런 울림을 가지고 있기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곱씹어 읽어볼 수 있는 텍스트를 좋아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움을 발견해 내 마음속 깊이 새길 수 있는 것, 그저 잘 쓰이고 갖춰져서가 아니라 그것을 읽음으로 가슴이 벅차올라 이내 울음이 터질듯한 느낌을 주는 텍스트는 언제나 반가울 따름입니다. 


  최근에 지방의 한 서점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아주 깊은 울림을 가진 텍스트를 마주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잊지지 않습니다.  그 서점이 가진 이야기와 직업으로서의 서점원 그리고 그곳이 자리 잡은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담히 써 내려간 문장들은 아직도 눈에 선해 긴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치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고 봤던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을 때, 뻔한 이야기로 끝이 날 것 같았지만 어디 하나 부족함 없이 엔딩까지 완벽했던 그런 영화를 보고 엔딩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넋을 놓은 채 자리에 앉아있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꽤나 진중하고 진심이 가득했기 때문일 겁니다. 퍽 좋은 자극을 받아 나도 그런 시나리오 한 편을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나는 인생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기에 어떠한 계획도 가지려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삶의 배경과 등장인물, 줄거리 등 제법 괜찮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앞으로를 맞이해보려 합니다.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때처럼 설렘만 가득하지는 않기에 꽤 진중하게 이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시나리오 가장 첫 장면일 것입니다. 언젠가 한 음악방송에서 이 노래를 공연하기 전 “어두운 모습을 한곳에 묻어두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를 담은 곡”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데, 그의 말처럼 이 장면을 노래의 제목처럼 Scene #1 New Born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대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그 끝에 흘러들어오는 빛에 다다른 지금,  그 터널을 빠져나오면 어떤 풍경이 펼쳐지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다시 태어나 새로운 내일을 살아보겠습니다.

Editor  김남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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