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진 미로를 걷는다. 어긋난 벽돌담을 짚으며 건물 외벽을 만진다. 모든 건 어긋나 잇지만 생각보다 견고한 불균형이다. 건물은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내 두 다리는 떨리지 않아서 아직 땅에 붙어 있다. 계단을 한 칸 올라가 뒤를 바라보면 아까와는 다른 야경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세상은 낮아 보이고 계단은 높아 보인다.
불 켜진 슈퍼와 불 꺼진 공방 사이에서 가로등이 빛난다. 늦은 저녁, 꺼지지 않은 형광등 아래 움직이는 바쁜 손들이 보인다. 깎아내고 어루만지는 손. 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가 구석을 응시한다. 다시 쥐고 있는 것으로. 그리고 다시 구석. 우리는 연습한다. 어긋난 것을 응시하는 능력을 키운다. 어느 순간 틈새로 새로운 것이 들어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