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팬데믹의 공간 ep.04
서로 어긋나게 맞추는 일 ; 이화동

  밤의 언어는 낮의 언어보다 매끄럽지 못해서 통역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낯선 이국의 억양처럼 말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때로는 바디 랭귀지가 동반될 때도 있다. 어쩌면 공간을 구축해내는 연습을 해야 될 지도 모르겠다.

하늘이 어두워질 무렵부터 벽은 잠에 들 준비를 한다. 잠은 짧게 잘 수도, 그렇다고 깊게 빠질 수 없다. 새롭게 켜진 불은 벽의 단잠을 방해한다. 정오와 자정은 반나절을 양보하며 살기 때문에 서로의 자리를 잡기 위해 다툰다. 어둑해진 공간에서 빛을 모으는 건 더욱이나 어렵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간은 새롭게 바뀌고 결국은 생경하다.

벽화 마을로 유명한 이화동은 산의 비탈에 들어선 공간이다. 경사는 기울어져 있는 것이어서, 사람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이화동엔 많은 계단들이 있다. 밝게 빛나는 네온과 간판들을 피해 골목길에서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 이화동은 계단과 두텁게 붙어 있다. 


한 칸을 올라가면 더 높은 곳이 보이고 두 칸을 올라가면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온몸에 힘을 빼고 손과 발 끝에만 집중한다. 고르게 깔려 있을 것만 같던 시멘트와 아스팔트는 오돌토돌하다. 적색 벽돌은 균일한 간격이 아닐 것이다. 하나 쯤 어긋나고 일그러져 있다.

  모든 것이 정형화된 규격으로 맞춰져 있다면 틈새가 존재할 것이다. 군데군데 벌어진 틈 사이로 물과 바람이 흐를 것이다. 그 속도는 무엇보다도 느려, 알아채기 쉽지 않지만 어느 날 불현듯 바라본 바닥엔 균열이 생겨나 있다.


  주춤하던 코로나의 확진자수가 다시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거리에서 사람을 보기 힘들어 질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이제는 최대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관광지였던 주거지는 다시 주거지가 될 것이다.

  관광객이 오지 않게 된 공간의 소상공인은 구석을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하나의 벽을 두고 또 다른 벽이 있다. 그 다음의 벽과 그 다음과 다음의 벽 사이에는 연습을 하는 손들이 늘어난다. 팬데믹은 우리를 어긋나게 존재하도록 연습을 시킨다. 연습과 복습의 끝에는 어떤 실전이 찾아올 지 모른다.

이어진 미로를 걷는다. 어긋난 벽돌담을 짚으며 건물 외벽을 만진다. 모든 건 어긋나 잇지만 생각보다 견고한 불균형이다. 건물은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내 두 다리는 떨리지 않아서 아직 땅에 붙어 있다. 계단을 한 칸 올라가 뒤를 바라보면 아까와는 다른 야경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세상은 낮아 보이고 계단은 높아 보인다.


불 켜진 슈퍼와 불 꺼진 공방 사이에서 가로등이 빛난다. 늦은 저녁, 꺼지지 않은 형광등 아래 움직이는 바쁜 손들이 보인다. 깎아내고 어루만지는 손. 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가 구석을 응시한다. 다시 쥐고 있는 것으로. 그리고 다시 구석. 우리는 연습한다. 어긋난 것을 응시하는 능력을 키운다. 어느 순간 틈새로 새로운 것이 들어올 것이다


Editor  오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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