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강철의 연금술사』를 봤다. 이전에는 그냥 넘어갔던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는 법칙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0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당연한 말과 함께 만드는 것이란 무엇일까 고민했다. 만드는 감각보다는 구매하는 감각이 먼저였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다시 만드는 감각을 먼저 깨우는 삶에 놓여있다. 구매할 때만큼의 만족이 오지 않을 때도 있고, 스스로의 결과물에 낙담하는 순간도 종종 찾아온다. 그럼에도 만드는 삶을 살고 싶은 이유가 있고, 또 생겨난다.
오랫동안 무언가를 만들어온 사람들 앞에서는 겸허해진다. 손길에서는 숙련 이상의 가치들이 엿보인다. 테크닉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합리성에 도달하기까지의 실험 횟수를 들어보면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새긴다. 재료를 결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아름답다. 형태가 갖춰지고, 맛과 향이 생겨나고, 무형의 가치로 재구성 된다. 압도적인 결과에 감탄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과정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홀릴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