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ORY OF MAKING SOMETHING

만드는 이야기

  오랜만에 『강철의 연금술사』를 봤다. 이전에는 그냥 넘어갔던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는 법칙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0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당연한 말과 함께 만드는 것이란 무엇일까 고민했다. 만드는 감각보다는 구매하는 감각이 먼저였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다시 만드는 감각을 먼저 깨우는 삶에 놓여있다. 구매할 때만큼의 만족이 오지 않을 때도 있고, 스스로의 결과물에 낙담하는 순간도 종종 찾아온다. 그럼에도 만드는 삶을 살고 싶은 이유가 있고, 또 생겨난다.


  오랫동안 무언가를 만들어온 사람들 앞에서는 겸허해진다. 손길에서는 숙련 이상의 가치들이 엿보인다. 테크닉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합리성에 도달하기까지의 실험 횟수를 들어보면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새긴다. 재료를 결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아름답다. 형태가 갖춰지고, 맛과 향이 생겨나고, 무형의 가치로 재구성 된다. 압도적인 결과에 감탄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과정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홀릴 때도 있다.


『최강의 검 : 더 마스터』 - History 채널

 

  검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현장을 보여준다. 미국 각지의 대장장이들을 스튜디오에 모이고 심사 조건에 맞는 검을 제작한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현장이 펼쳐진다. 재료는 다양하다. 고철 더미, 망가진 차, 이전의 대장장이들이 남기고 간 칼날 등으로부터 베고 찌르는 무기를 뽑아내야 한다. 뜨겁게 달군 쇠를 두드리고 또 두드린다. 그 과정에서 금이 가면 참가자들은 다시 쇠를 들고 불 앞에 선다. 단조(鍛造)에 집중하는 참가자들을 보고 있으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하나의 주제 아래 여러 자루의 검이 나온다. 출연자 각각의 제작 방식이 있다. 모든 검은 담금질에 들어간다. 뜨거운 불에 달군 후 기름이나 물에 담근다. 이 과정에서 갈라지는 소리가 나면 실패. 금이 생기거나 날이 심하게 휠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여기서 환호성을 지른다. 다시 한 겹을 갈아내면 은빛 날이 보인다. 반짝이는 쇠붙이들은 대장장이들의 자부심이고 그들이 살고 있는 삶이다. 이제 남은 것은 베고 찌르는 테스트 뿐.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 - 니혼 TV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은 출판사 교열 담당 직원인 코노 에츠코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이다. 패션잡지 랏시의 편집자가 되고 싶었으나 교열 담당자가 된 그녀의 일상이 그려진다. 교열걸은 드라마로써의 재미 이상으로 하나의 출판물이 나오는데 요구되는 과정과 노력을 담는다. 자신의 포지션을 열정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과 그 사이에서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괜히 찡하다. 이시하라 사토미의 매력 때문에라도 끝까지 보게 된다.

 

  현실은 등가교환은 아니다. 이만큼을 투자해서 이만큼이 완성되지 않는다. 자투리가 되어 사라지는 것들을 보고 있으면 아까운 마음이 앞선다. 잠시 숨을 돌려보면 그것 역시 완성된 결과물의 일부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 순간순간의 실패 역시 그런 게 아닐까. 언젠가 완성될 내 삶의 일부, 등가교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썩 억울하지도 않을.


Editor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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