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이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팬데믹 Pandemic. 아주 먼 옛날, 중세 시대의 그 페스트 Pest와 같은 감염병의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과연 어느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사실, 감염병은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팬데믹 Pandemic이 우리에게 이토록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빼앗겼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 마스크를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외출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고, 외출을 해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영화관에 가는 것도, 그리고 사람들과의 소소한 자리마저도 우리의 사소한 그 일상이 이제는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번 팬데믹 Pandemic은 바리스타로 일하는 내게도 매우 크게 다가왔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손님들의 매장 이용은 금지되었고, 매장 운영도 어려워졌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출근하는 날이 줄었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바쁘게 일을 해왔기에 이렇게 쉬는 것이 한편으로는 좋지만, 어쩐지 무기력해지고 삶의 의욕마저 없어지는 기분이다.
‘괜찮으세요?’ 혹은 ‘힘드시죠?’ 요즘 부쩍 자주 듣는 질문들이다. 어쩌면 이 시국에서 내게 자연스럽게 묻게 되는 그들의 안부 인사일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그러니깐 있는 사실 그대로 힘들다고 해야 할지 혹은 그럼에도 꿋꿋하게 이겨내고 있다고 해야 할지 주저하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그 고민 끝에 내가 찾은 대답은 ‘별일 없이 삽니다.’이다. 이 상황이 꽤 절망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에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래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보기로 한다. 그냥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평소처럼 커피 세팅을 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기도 하고, 단골 손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신나는 노래를 틀어 한껏 분위기도 내보기도 한다. 힘들 때 웃는 것이 일류라고 했던가. 어쩐지 그 무기력함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이번 PLAYL1ST는 들으면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로 시작되었다. 들을 때마다, 어쩐지 유쾌한 에너지가 생겨나는 이 밴드의 노래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는 듯하다. 비록 지금 우리의 일상은 잠시 멈췄지만, 그래도 아쉬워하고만 있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반드시 다시 그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기에, 그저 지금을 잘 견뎌내기만 하면 된다. 그런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유쾌함이지 않을까. 이 노래들로 당신의 일상이 조금은 유쾌하고 즐거워지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도 별일 없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