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킹』 - 타케이 히로유키
왜 하필 『샤먼킹』이었을까. 좋아하는 만화 리스트에서 꼽자면 『샤먼킹』은 앞보다 중간쯤에서 찾는 것이 빠른데. 그냥 종종 생각나는 정도. 손에 들려있는 닭꼬치와 블라인드 사이로 햇볕이 부서지는 창가. 나의 첫 소년 만화는 시내 서점 바로 옆에 붙은 만화방에서 시작됐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타고 부모님 없는 첫 외출에 나선 날이었다. 잠깐 주어진 시간 동안 뭐라도 읽어야 했다. 바로 보이는 것이 『샤먼킹』이었고, 읽는 내내 굉장히 즐거웠다. 완결은 언제 봤더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드디어 다 봤네’ 쯤의 기분이었다. 『샤먼킹』이후로 나는 소년 만화에 매료됐다.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일명 ‘원나블’의 시대를 고스란히 겪었고, 다시 시간을 거슬러 『드래곤볼』에 빠졌다. 성장하는 주인공은 언제나 응원할 수밖에 없다. 현실에 없는 용기를 통해 현실을 살아갈 용기를 만든다. 『헌터×헌터』의 완결을 기다리며 다시 한 번 『샤먼킹』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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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괜히 움츠러든다. 첫째가 세련됨이고 둘째가 힙함인 세상에서 홀로 방에 머무르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즐겨온 것들을 감춘다. 새로운 관심사를 가져보자고 낯선 공간과 물건에 정을 붙여본다. 그것도 잠깐 다시 어설픈 아카이브로 돌아온다. 나와 닮은 형상의 취향 앞에 선다. 익숙한 마음으로 나의 세계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