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세스러운 옷 얘기 ep.06
‘남우세스럽다’ : 남에게 비웃음과 놀림을 받을 듯하다.

‘남우세스러운 옷 얘기’ 에디터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의류를 소개하는 Fake Magazine 연재물로써, 임찬영 에디터가 좋아하거나 소개하고 싶었던 의류를 중점으로 솔직하고 담백하게 얘기하려고 합니다. 

PROLOGUE

안녕하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놀림 받을 옷 얘기를 한 가득 들고 온 ‘남우세스러운 옷 얘기’ 에디터 임찬영 입니다. 이번에는 치마요 베스트로 여섯 번째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날씨가 좋았던 작년 이맘 때쯤 서교동에서 산책을 하던 중 오래된 외관에 이끌려 빈티지 샵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던 중 가장 높이 걸려 있는 치마요 베스트를 보곤 수줍은 목소리로 ‘입어봐도 될까요?’라고 직원분께 양해를 구하곤 입어보는 와중에 옆에서 직원분이 ‘원단의 짜임새가 독특하죠? 손으로 짜서 그래요.’라는 그 한마디에 ‘어떻게 요즘 시대에 옷을 손으로 만들 수가 있지?’,‘이건 다른 세계의 옷이다.’,‘이건 꼭 사야 한다.’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가격 때문에 문을 열고 그냥 나왔지만, 그 후 3개월 동안은 배를 움켜 쥐며 조금씩 돈을 모아 구매한 추억이 있는 제품입니다. 제 추억 얘기만 읽고서는 왜 저렇게 굶어가며 샀는지 이해를 못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얘기할 치마요 베스트를 실제로 보고 입어본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실 거로 생각합니다. 지금도 애지중지하는 치마요에 대한 추억 얘기는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치마요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자 장점인 ‘손으로 짜는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짚고 가겠습니다. 옷에 쓰이는 원단은 크게 2가지로 나눌 경우 편직과 직물로 나누어지는데, 이것은 직물에 속합니다.

  

  가로와 세로를 교차시켜서 짜는 방식은 사람이 수동으로 하느냐, 기계가 일정하게 하느냐로 나누어지는데 빈티지한 느낌을 주기 위해선 사람이 직접 하나하나 만들 수밖에 없다 보니 생산성이 많이 부족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해외 온라인 경매에서는 오리지널 검은 개체 치마요가 100만 원 이상 호가한다는 얘기가 거짓말처럼 들리진 않네요. 


*직물 :원사로 가로와 세로를 교차시켜서 짜는 방식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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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 제작하기 위해 기계를 사용하는데, 시초에 수직기는 한마디로 손과 발로 짜는 직기를 뜻합니다. 이후 전기가 도입되어 기계를 발명해 자동으로 원단을 짜는 역직기가 나오고 여러 가지 조직을 배합하기 위하여 발명된 문직기로 크게 3가지로 구분됩니다. 치마요는 어디에 속하냐고 여쭤보신다면 지금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 ‘요기형 수직기’ 일명 ‘베틀’이라고도 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옛날에 할머니들께서 손과 발로 사용하는 기계로 옷을 만드는 거랑 비슷합니다. 수직기의 단점은 원단을 만들 때 환경적인 요인을 많이 받아 제품 하나하나 그날의 컨디션 집중도의 따라 퀄리티가 다릅니다. 기계를 이용해 자동으로 원단을 짜는 역직기 보다 더 신중하게 원단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당연하게 얘기합니다.


  현대 사회에 와서 대부분의 수직기는 소수의 브랜드에서만 사용하거나 공방에서 옷 만들기를 체험할 때만 사용합니다. 대략적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면 유튜브에 ‘손수 원단 짜기’라고 검색해 보시길 바랍니다. 제작 방식을 보고 나신다면 어떠한 이유에도 치마요 제품의 높은 가격을 어느 정도 수긍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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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직기를 통해 생산하는 오르테가, 센티넬라, 트루히요 3대 공방이 있습니다. 하나같이 역사가 깊고 장인 정신이 깃든 곳입니다. 희한하게 앞서 말한 이곳들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 직접 짜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목도리를 짜주시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당연히 여성분이 옷을 만드실 줄 알았는데, 아버지 나이 정도 되시는 대표님들이 직접 짠다는 사실이 더 투박한 멋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손재주가 서툴고 어설픈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서 한 가닥씩 정성을 담아 짜준 옷은 3개월 굶어가며 구매할만한 매력적인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본래 치마요의 유래는 뉴멕시코주의 북쪽 50km 떨어진 치마요 마을에 사는 프에블로족의 ‘키바’라는 건물에 쓰였던 디자인과 스페인 문화가 섞이면서 ‘츄로’라는 양털 짜는 일을 강요받아 만들기 시작한 제품입니다. 오리지널 제품은 강요받아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도 많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최초의 치마요 공방 ‘오르테가’의 시작은 1700년 초 그란데 계곡으로 정착민 중에 한 명인 가브리엘 오르테가가 그 당시 자급자족을 위해 필요했던 기술인 양털 짜는 일을 배워 옷과 매트리스, 양탄자, 담요 등을 만들던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 후, 1900년대 치마요 종합 매장을 열어 9대째 이어져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공방인 센티넬라, 트루히요의 시작은 오르테가 공방에 일한 사람이 나와 설립한 공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눈으로 보기에는 3가지 공방에서 나온 제품은 별 차이가 없을뿐더러 가격 면에서도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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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남성적인 무드나 아메카지룩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SNS를 통해 치마요 제품을 접해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남성분들의 착장이 많이 올라와 ‘남자가 입어야 멋진 옷’이라고 느끼셨다면 크나큰 착각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히려 여성분이 입었을 때 더 멋진 무드를 연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신경을 잘 안 쓰지만 길거리 걷다가 치마요를 스타일링한 여성분을 보면 저절로 눈길이 가곤 합니다. 개인적인 취향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요. :)


  대부분 치마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은 베스트지만, 전 자켓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베스트를 갖고 있어서 그런 건지, 자켓을 갖고 싶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베스트만큼 치마요 자켓 또한 예쁘다는 겁니다. 치마요 자켓과 데님 웨스턴 벨트의 조합은 멋있는 스타일링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웨스턴 느낌이 강한 치마요 자켓과 박력한 원단을 쓰는 청바지. 그 사이를 연결해주는 큰 사이즈 스터드 벨트가 주는 이미지는 섬세하면서도 남성스러운 이미지를 잘 전달해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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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마요 자켓은 오리지널 제품만 있는 게 아닙니다. 더블알엘, 케피탈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재해석해서 나온 제품은 기존 브랜드의 감성과 치마요 본연의 오리지널 감성을 잘 섞어놓았다고 느껴져 기억에 오래 남네요. 두 제품 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에 볼 때마다 ‘열심히 살아서 갖고 말 테야.’라고 혼잣말로 다짐하며 동기부여를 얻곤 하는 제품이죠. 이미 이 외에도 코트나 스커트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재해석해서 보여주고 있다 보니 치마요로 디자인한 제품들은 하나같이 예쁘게 보입니다. 높은 가격대를 가지고 있지만,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이기에 빈티지 샵에 가서 착용해 보시고 매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이렇게 치마요에 대해서 얘기해봤습니다. 그럼 다음에도 솔직하고 담백한 옷 얘기로 조금이나마 여러분의 입꼬리를 올릴 수 있게 만드는 연재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곱 번째 남우세스러운 옷 얘기에서 만나요.


Editor  임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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